AI 돌리고 3D 설계하면서 발열까지 잡는 '괴물 컴퓨터' 나왔다

입력 2026-09-01 13:37

인공지능(AI) 추론과 3D 설계·시뮬레이션 등 고성능 연산을 요구하는 업무가 늘면서 워크스테이션의 발열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레노버가 AMD 라이젠 프로 9000 시리즈와 액체 냉각 기술을 결합한 신형 워크스테이션을 내놨다. 제조·설계와 미디어 제작은 물론 AI 추론 등 고부하 작업까지 겨냥한 제품이다.

한국레노버는 1일 신제품 쇼케이스를 열고 AMD 라이젠 프로 9000 시리즈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씽크스테이션 P4'를 공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P4는 라이젠 프로 9000 시리즈를 탑재한 세계 최초 워크스테이션이다. 최대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GPU와 256GB DDR5 메모리, 48TB 스토리지를 지원한다.CPU·GPU 성능 오르자 냉각도 바꿨다 P4에서 레노버가 앞세운 기술은 리퀴드 쿨링(수랭식). CPU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수가 흡수한 뒤 튜브를 통해 라디에이터로 보내고, 열을 식힌 냉각수가 다시 CPU 쪽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냉각 장치는 밀폐형으로 구성해 사용자가 별도로 냉각수를 교체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형우 한국레노버 상무는 "성능이 좋아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발열"이라며 "성능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기존 공냉식보다 수랭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칩 성능 향상 추세에 맞춰 수랭식 쿨링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레노버가 주변 온도 25도에서 CPU에 100% 부하를 지속적으로 가한 자체 시험에서는 공랭 방식이 130W에서 86도를 기록한 반면 리퀴드 쿨링은 160W에서도 같은 86도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같은 온도에서 약 23% 더 높은 CPU 전력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CPU 구성에서는 동일한 65W 조건에서 수랭식의 온도가 공랭식보다 약 5도 낮았다.

수랭식에서 제기될 수 있는 냉각수 누수 우려도 일축했다. 이 상무는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해 1차적으로 누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각각의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모듈로 구성돼 있어 레노버 서비스에서 모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레노버는 서버에서 쌓은 액체 냉각 기술을 워크스테이션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는 기상청 슈퍼컴퓨터에 액체 냉각 기술을 적용한 서버를 공급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 같은 냉각 기술을 워크스테이션까지 가져왔다고 밝혔다.P3 후속 아닌 새 AMD 라인업 P4는 기존 씽크스테이션 P3를 대체하는 후속 제품은 아니다. 기존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에 AMD 라이젠 프로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을 추가한 제품이다. 레노버는 그동안 P620 등 AMD 스레드리퍼 프로 기반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선보였고, 이번 P4를 통해 라이젠 프로 9000 시리즈까지 AMD 제품군을 넓혔다.

AMD는 P4에 탑재되는 라이젠 프로 9000 시리즈의 3D V-Cache를 전문 작업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내세웠다. 캐시를 옆으로 넓히는 대신 수직으로 적층해 CPU 가까이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최상위 라이젠 9 9950X3D는 최대 144MB 캐시를 제공한다.

AMD 자체 시험에서 3D V-Cache 적용 제품은 비적용 제품보다 AI·머신러닝에서 최대 15%,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최대 21%, 선형대수 연산에서 최대 20%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CFD와 데이터 분석, AI 등 동일한 데이터에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큰 작업 데이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캐시 용량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송성운 AMD 코리아 상무는 "워크스테이션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PC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PC의 처리 능력이 곧 업무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전문 사용자를 위한 플랫폼"이라며 "AMD가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제조·설계 넘어 AI 연산까지워크스테이션의 활용처도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은 제조·설계와 건축·엔지니어링 분야뿐 아니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의료 영상 연구·분석, AI GPU 연산 등에서도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P4는 캐드(CAD), BIM, 3D 설계·시뮬레이션, 렌더링, 콘텐츠 제작, AI 연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PCIe 5세대 슬롯 1개와 4세대 슬롯 3개 등 총 4개의 PCIe 슬롯을 제공하며 대형 GPU를 장착해도 다른 슬롯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를 조정했다. SSD는 3개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운영체제(OS)와 작업 데이터, 캐시·프로젝트 데이터 등을 용도별로 나눠 저장할 수 있다.

레노버와 AMD의 워크스테이션 협업은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규식 대표는 "단순히 AMD CPU를 공급받아 제품에 장착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MD가 가진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도록 양사 팀이 함께 제품 성능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CPU와 GPU, 메모리를 둘러싼 공급망 우려에 대해 한국레노버는 P4의 국내 공급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P4는 협력사와 총판을 통해 공급 준비가 진행되고 있고 현재 생산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MD 측도 P4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와 관련해 현재까지 제조·공급 압박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