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상대로 또 다시 현장조사에 나섰다.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절차적 적법성 논란으로 초유의 '빈손 철수' 사태가 벌어진 지 1주일여 만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자양동 쿠팡 본사에 조사관 30여명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행위를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쿠팡 측에 2016년부터 약 10년치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정위 조사 대상 기간은 3~5년이다. 조사관 30여명을 파견한 것도 이례적이다. 한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해당 조사국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 현장 조사에 투입된 수준"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19~21일과 21일 네 차례에 걸쳐 쿠팡이 납품업체에 쿠폰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쿠팡은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응하지 않았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현장 조사에 나설 때는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일정을 서면 통지해야 한다. 쿠팡은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진 조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21일 현장 조사 결정·처분의 집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공정위의 이번 현장조사는 직전 현장조사와 달리 대규모유통업법이 아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로 조사 개시 전 서면 통지 의무가 없다. 쿠팡도 이번 현장 조사는 별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였다. 쿠팡은 당시 "적법한 현장조사엔 전적으로 협조해왔으며,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쿠팡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거부한 쿠팡의 행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사가 공정위 현장조사 결정 취소 관련 소송의 심문기일을 앞두고 공정위가 쿠팡을 압박하기 위해 진행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부가 쿠팡과 공정위를 불러 양측의 의견을 듣는 심문기일은 2일 열린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장 조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 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