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만에 기초연금 개편 '백지화'…하후상박만 적용 [2027년 예산안]

입력 2026-09-01 11:45
수정 2026-09-01 11:47

정부가 지난 12년간 ‘65세 이상 고령자의 70%’로 묶여있던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손보겠다고 공식화한 지 한 달 반만에 개편안을 백지화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재산이 많은 고령자에게도 기초연금이 지급되면서 지출 효율화 차원에서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표심과 지지율 등을 의식해 개편안을 전면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기준은 기존과 동일한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로 정해졌다. 그간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인 ‘중위소득’을 수급 기준의 상한선으로 두고, 이를 초과하는 고소득 노인은 자연스럽게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빠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최종 정부안에서는 제외됐다.

수급 기준은 그대로 둔 채 저소득 노인에게 연금액을 더 지급하는 ‘하후상박’ 구조는 구현한다. 지금은 하위 70%에게 일률적으로 35만원이 지급됐다면 내년부터는 하위 30%에게는 3만원을 더한 38만원, 하위 45%까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35만9000원, 나머지 하위 70%까지 구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35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받치는 것이 아니라, 윗돌은 그대로 두고 아랫돌을 보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급 기준에 별도의 상한선을 두지 않고, 지급하는 액수만 늘어나다 보니 내년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재정 규모는 25조6530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기초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14년(5조2000억원)의 약 5배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서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90% 이하로 개편할 계획이었다. 고령층의 소득 수준이 개선된 데다, 고령자 수는 급증하는데 전체 고령자의 70%에게 지급하는 기준은 12년째 그대로다보니 재정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고령자 하위 70%로 고정하지 않고,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변경할 것”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 26일 예정됐던 개편안 발표를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27일 오후로 예고됐던 언론사 대상 개편안 사전설명회까지 연달아 취소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고령층 표심과 직결된 개편 세부사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막판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 결국 수급기준 개편은 없던 일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는 기초연금 수급 문턱을 높이는 방안이 연초부터 추진됐지만, 결국 청와대 의중이 반영돼 개편안이 전면 수정됐다”고 전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