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항의하겠다며 효자손으로 천장을 여러 차례 두드린 이웃과 숙박비 환불을 요구하며 위협성 문자를 반복해서 보낸 투숙객이 나란히 스토킹죄로 처벌받았다. 두 사람 모두 “정당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고범진 부장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17일부터 약 2개월 동안 윗집에서 소음이 난다는 이유로 9차례에 걸쳐 천장을 두드리거나 인터폰으로 호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천장을 두드릴 때는 효자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갈등은 앞서 지난해 1월부터 이어졌다. A씨는 윗집 피해자에게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요구했고, 피해자도 조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피해자는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관리사무소를 통해 연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인터폰 호출과 천장 두드리기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의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고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가족들이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 이후 A씨가 이사를 마쳐 층간소음 분쟁이 이어질 위험은 해소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숙박비 환불 문제로 업주에게 문자를 반복해서 보낸 60대도 같은 법정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고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B씨(69)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B씨는 2023년 3월 숙박 플랫폼을 통해 피해자가 운영하는 숙소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나 환불 정책에 따라 숙박비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자 피해자에게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B씨는 약 2개월 동안 문자메시지 24통을 보냈다. 메시지에는 “사람 잘못 골랐네요”라는 표현이 담겼고, 한국소비자원 등 관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B씨 역시 법정에서 스토킹이나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복된 연락의 수단과 방식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고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수단과 방법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층간소음 항의나 환불 요구 자체가 곧바로 위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정상적인 절차를 안내했는데도 반복적인 접촉과 위협성 표현을 이어갔다면 스토킹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