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주춤하자…2차전지주, ESS 업고 날았다 [종목+]

입력 2026-09-01 08:48
수정 2026-09-01 13:30

2차전지주가 최근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일부 유입된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이들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면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엘앤에프는 전날 8.83% 오른 14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한 달간 100.14% 급등했다. 다른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도 각각 45.6%, 16.71% 상승했다. 배터리업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45.34%, 15.24% 반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4% 오르는 데 그치고, 그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0.95%, 2.56%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기간 48.41% 뛴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가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외 'KO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3위)'와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10위)'도 각각 43.44%와 31.81% 상승해 수익률 10위권에 올랐다.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주가 조정받자 2차전지주에 순환매 자금이 유입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많이 올랐던 반도체에서 소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한 순환매 성격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ESS가 수요처로 부각된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이 ESS를 핵심 전력 장비로 직접 분류하면서 새로운 성장 내러티브(서사)가 생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국 전력망 보호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외국산 전력 장비에 대한 의존이 공급망 차질과 사이버 공격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규제 대상에는 변압기·발전기뿐 아니라 BESS, 계통연계 인버터,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이 포함됐다. ESS 전체 시스템을 전략적 공급망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이번 주가 반등에서 중요한 것은 전기차 업황이 갑자기 좋아졌느냐가 아니라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책과 시장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북미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업체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삼성SDI의 대규모 투자 소식도 ESS가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란 기대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21일 약 4조4500억원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ESS 전환 투자를 준비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GM 합작사 청산 및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등 삼성SDI로부터 물량(Q)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주는 신호가 확인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기준 시점인 2028년 실적에 대한 신뢰 가능성을 높였다"며 "이것이 2차전지 섹터의 전반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가격 상승 모멘텀보다 비용 리스크 해소와 추가 수주에 따라 주가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관련해 연결고리가 가장 확고한 셀메이커에 대한 매수를 권고하고, 중소형주 역시 ESS 관련 기업들에 대한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