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씩 주고 받은 베선트 VS 워시…싸울 일만 남았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9-01 08:26
수정 2026-09-01 09:58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미국 현지에서 전하는 투자 인사이트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워싱턴특파원 이상은입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준(중앙은행)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이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베선트 재무장관과 각을 세우는 발언을 과감하게 한 것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 잭슨홀 연설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1기 때 파월 의장을 내세웠다가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안이 슬며시 올라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 변호사였던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뽑은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는데, 재닛 옐런 당시 의장을 비난하며 내세웠던 '자기 사람'이었지만 결국 파월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는 투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잭슨홀 연설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까지 평가하는 것은 다소 과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워시 의장이 미리 "이번엔 좀 세게 말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즉 다소 연극적인 요소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은 자극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향과, 중앙은행 의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 및 시장이 받게 되는 압력이 상당히 상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워시 의장이 이번에 어쨌든 독자적인 판단을 보인 것 자체를 앞으로 상당히 비중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 김현석 선배와는 조금 다른 시각인데요. 오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베선트 장관과 워시 의장 이야기,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워싱턴나우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날 잭슨홀 연설은 예상외로 굉장히 강한 발언들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앞부분에서 AI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주요 원칙을 설명할 때도 7월보다 훨씬 정돈된 톤이었습니다. 지난 7월 FOMC 때도 참석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실망스러웠고 솔직히 "본인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초반에 약간 떨리는 말투는 지난번과 비슷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지난번은 기자회견 Q&A 형식이다 보니 즉흥적으로 답해야 했고 그게 덜 다듬어진 부분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준비된 연설이다 보니 훨씬 정돈된 톤이었고 의도적으로 직설적인 부분도 많았습니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가 2%를 상회하는 상태가 6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문제이며 연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것도, 7월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7월에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진짜 그럴 의지가 있는지 애매했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논리가 비교적 분명하게 서 있었고, 어떤 지표를 사용할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은지, 왜 포워드가이던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훨씬 안정된 논리 구조를 갖추고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시장 참가자들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서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흐름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준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명확히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책무이며 완수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며, 단기 금리로만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는데, 이를 종합하면 정책금리로 이 문제에 대응하겠다, 즉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매우 명쾌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CME 페드워치에 반영되는 9월 FOMC의 0.25%포인트(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20%포인트 가까이 상승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워시 의장의 발언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2년 전 제가 처음 워싱턴나우를 시작할 때 파월 의장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방송 주제가 "거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80도 반대로, 시장 지표가 나쁘면 좋게 해석하고 좋으면 나쁘게 해석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좀 우습다고 당시에도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논리가 성립하는가 하면,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시가 부양되고, 반대로 지표가 좋게 나오면(사실 현실적으로는 좋은 것인데도) 오히려 증시가 떨어집니다. 연준이 금리인하 사이클을 멈추거나 금리 인상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워시 의장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이 기업들이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아니라, 연준이 바라보는 시장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그는 '거울의 방'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했는데, 현실보다 거기 반사된 모습에 집중하고, 그 반사된 모습이 다시 현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왔다 갔다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뭔가 잘못됐고 역설적이며 불합리하다는 이야기인데, 7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심판과 공을 차는 플레이어 간의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는 표현이 다소 모호해서 의도가 의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설은 논리 구조가 비교적 잘 짜여 있어 의도를 의심받지 않는 방향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 사용을 자제하거나 신중하겠다는 발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기 금리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사용해온 각종 수단이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적으로 양적완화(QE)를 들 수 있는데, 저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 체제를 만든 원인 중 하나가 QE에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E가 시장을 떠받칠 책임을 중앙은행에 떠넘겼고, 중앙은행은 최선을 다해 역량을 한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이너스 금리라는 부자연스러운 상황까지 벌어졌고, "뭐든지 살 수 있으면 다 산다"면서 배추도 사고 뭣도 사겠다든가, 'Whatever it takes(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든가 여러 명언들도 쏟아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금융위기에서 우리를 구원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의 발언에서 공감되는 부분은 우리가 그것에 너무 익숙해지고, 중앙은행이 시장을 우쭈쭈 해 주는 것, 시장을 달래줘야 한다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바꿀 때가 됐다는 인식에 더 공감이 되는 거죠.

워시 의장의 발언 중 '통화량이 중요하다(Money Matters)'는 표현도 주목받았습니다. 이는 본인이 2022년에 썼던 논문 제목이기도 한데, 논문 내용을 보면 필립스 곡선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통화량과 통화 유통 속도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가지고 연준의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참고로 이 논문에서 워시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주장을 펼쳤고 이는 본인의 오랜 철학입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이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AI 문제도 초반에 언급했는데, "AI 요정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베선트 장관의 발언과는 톤이 달랐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채 바이백을 하면서 AI로 인한 경제 성장으로 GDP 자체가 늘어나면 부채 비율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것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수십 년 후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의 부채 문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맞지 않아 보였는데, 이것이 이른바 'AI 요정'이라는 표현으로 불렸습니다.

워시 의장도 기본적으로는 베선트 장관과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통상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이날 발언은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AI가 여러 부분을 바꿀 수 있고, 우리는 이를 판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정도에서 멈췄기 때문에, 'AI 요정'이 등장하지 않은 셈이고 전반적으로 내용이 상당히 합리적이어서 시장의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잭슨홀 연설은 베선트 장관과 워시 의장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재무부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조금씩 침범하고 있습니다. 워시 의장은 지난 7월과 이번 잭슨홀 연설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재무부의 침범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중앙은행의 목소리를 따로 낼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겠죠. 그렇게 되면 트럼프 정부는 다시 한번 '파월 같은 사람'을 만난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런 씨앗을 이날 연설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현실 인식 자체도 서로 달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2주 전 장기채 바이백을 결정할 때 시장에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펀더멘탈이 반영되지 않았다, 시장 참가자들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지금 금리, 즉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를 훌쩍 넘어선 것이 적절하지 않고 내려가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장기채 바이백이라는 수단을 사용했던 것인데, 지금 금리가 너무 높다면 이는 곧 긴축적인 상황이라는 뜻일 텐데, 워시 의장은 잭슨홀에서 대놓고 "긴축적이지 않다. 자본지출도, 기업 이익도, 대출 활동도 모두 활발해서 광범위한 금융 여건이 긴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즉 베선트 장관은 금리가 너무 높다고 말하는 반면, 워시 의장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현실 인식 자체가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에 지향하는 금리 방향도 대조적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라 장기채 매입이라는 수단을 썼던 것이고, 워시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입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금리 수준의 상승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정책금리가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이 그런 금리 인상을 반길 리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앞으로 베선트 장관과 워시 의장이 이번 8월에 취한 스탠스를 고수한다면 싸울 일이 많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시장 개입에 대한 태도도 다릅니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채 바이백 때나 엔달러 환율 개입 때나, "미국 정부에 맞설 것이냐"는 메시지를 시장에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본인이 과거에는 그런 정부에 맞서는 쪽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맞서진다는 걸 자기도 알고 있을 겁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베선트와 워시에게 공동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인데, 스탠리 드러켄밀러입니다. 드러켄밀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채권시장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고 썼는데, 이는 워시의 잭슨홀 발언 전에 나온 것으로, 장기채 바이백 결정 이후에 나온 칼럼입니다. 이 내용은 베선트를 사실상 깔아뭉개는 것입니다. "재무부가 그렇게 말하면 시장이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는 식이 될 텐데, 결국 이건 총알 싸움인데 연준도 아니고 재무부의 총알은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정확히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재무부가 장기채를 되사겠다고 할 때 그 돈은 단기채를 매각해서 마련하는 것이라, 장기채와 단기채를 서로 바꾸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달러 대 달러로 완전히 동일하게 재무부가 행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베선트가 보여준 것은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망설이지 않겠다는, "덤빌 테면 각오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반면 워시는 달랐습니다. "심판은 내가 볼 테니 여러분이 뛰어라"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시장에 개입해 상황을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궁극적인 개입은 정책금리를 바꾸는 것이니 다소 모순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자신은 정책금리 판단만 하겠다, 연준의 역할은 그것이라며 역할의 축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입장은 크게 엇갈립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보유 자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고, 이번 잭슨홀 발언에서도 그 기조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길게 보면 장기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베선트 장관이 이 와중에 한 것은 장기채를
매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금리를 억누르고 싶어서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한 것입니다.

한쪽은 시장에 팔겠다고 하고, 한쪽은 시장에서 사들이며 금리를 억누르려 하니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연준이 아직 대차대조표 축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워시는 이 문제에 대해 지금 태스크포스가 연구 중이고 그 결과를 기다려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적어도 내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궁극적으로 서로 스탠스가 다른 상황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재무부의 본질적인 역할과도 관련이 있는데, 재무부는 재정을 관리하는 곳이고, 미국이 내야 하는 연방정부 연간 이자가 1조 1,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국방예산 1조 달러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흔히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재정 문제를 좀 더 정상화하려는 재무부의 의지와, 물가 대응 및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과거 유산을 정리해야 하는 연준의 방향은 서로 양립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인간적으로 친할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에 개입해 두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려 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스탠스가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고 이는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서는 "베선트의 말과 행동이 워시에게 정말 골칫거리"라는 코멘트를 소개했는데요.

특히 잭슨홀 직전에 장기채 재매입을 단행한 것에 대해 "베선트가 굉장히 배려심 없는 행동을 한 것이고,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는 과거 연준 의장들의 자문을 담당했던 존 파우스트라는 인물의 코멘트인데,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워시가 이 문제에 대해 베선트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둘의 행동이 일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일단 워시 의장의 발언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입니다. 베선트 장관의 장기채 재매입 결정 이후 국채 금리는 사실 금세 원상 복귀됐습니다. 즉 그것으로 금리를 억누르겠다던 계획이 실패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워시 의장의 경우,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설 직후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승한 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채 금리가 더 많이 오르고 장기채는 미미하게 올라 일드커브가 아주 조금 평평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워시 의장이 추구하는 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됐고, 시장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시기가 9월이 아니라 12월일 수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혼란이 올 수도 있는데,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해놓고 실제로는 올리지 않고 11월 중간선거까지 기다리는 식이 되면 다시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12월까지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런 금리 인상 정책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전반적으로 시장에 공유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값도 떨어지고 있고, 대체로 시장이 워시 발언의 신뢰도를 높게 본 것입니다. 마켓워치는 "워시는 모든 연준 의장이 원하는 것을 가졌다. 바로 시장이 그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7월 FOMC 때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잭슨홀에서는 A를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시장은 워시 의장이 파월 의장과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 이것이 연극에 불과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물밑에서 미리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고, 베선트 장관과도 어떤 묵계 같은 것을 맺었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갈라서는 것도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스탠스와 이날 잭슨홀 연설에서 보여준 태도가 베선트 장관이나 트럼프 정부의 마음에 들게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워시가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결국에는 갈라서게 될 것이고, 행정부와 다른 길을 가게 되며 그들 사이의 갈등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