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말소 청구 소송에 휩싸인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알짜 부지가 공매 낙찰 수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공매 당시 낙찰가 전액을 빚으로 조달한 운용사가 손바뀜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실이 이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경·공매 압박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간 소유권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인근(서초동 1307) 1155㎡ 규모 부지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올해 초 공매를 통해 이 땅을 약 1500억원에 취득한 A자산운용이 수개월 새 다시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유치권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땅이 또다시 새 주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시행사 지앤비는 A운용을 상대로 소유권 말소 청구 소송 외에도 용역비 청구 소송 등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500%였던 용적률을 행정적 절차를 거쳐 800%로 높였고 토지철거 및 지반 강화에 비용을 투입한 데 대한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공매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A운용이 낙찰금 전액을 100% 대출로 조달한 것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해당 사업장은 주관 은행을 통한 공식 대주단 회의나 의결 없이, 일부 선·중순위 채권자의 일방적인 요청만으로 신탁사를 통해 전격적인 공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앤비 관계자는 “차주인 시행사 입장에서는 소명이나 정상화 기회 자체가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PF 대주단 자율 협약에 따르면 사업장 공매나 채권 매각을 추진할 경우 주관사가 대주단을 소집해 총채권액 기준 3분의 2 이상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행사의 자기자본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낙찰가 100%를 대출해 준 것은 정상적인 여신 심사로 보기 어렵다”며 “신규 매수자가 소송 리스크와 절차 하자를 숨기거나 축소해 자금을 모집할 경우 리스크와 부실이 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무리한 경·공매 압박으로 인해 대주단이 현장의 졸속 처리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는 게 시행업계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이나 자금 구조 정상화 대신, 대손충당금 부담을 피하려는 금융사들이 부실 털어내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단기 NPL(부실채권) 차익을 노린 업체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불필요한 공매나 과도한 대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개발 프로젝트가 법적 뇌관을 안은 채 손바뀜이 계속되면 시차를 두고 부실을 전이시키는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