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근로시간 감독을 강화하자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포괄임금제도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데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칫 ‘이현령비현령’식 제재를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 29일 국회입법조사처는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현행 법규는 실제 근로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근로일별 기록·관리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퇴근 시간 등 근로일별 원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작성·보존할지, 서로 다른 기록이 충돌하는 경우 실제 근로시간을 어떻게 확정할지, 근로자가 기록을 확인하거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이 없는 점을 예로 들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기본급에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미리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개발, 영업·외근직 등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을 중심으로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해 마련한 제도다.
다만 실제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공짜노동’의 통로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포괄임금제를 위반하면 임금체불이나 근로시간 한도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산시스템으로 실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창원국가산업단지 감독 과정에서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원천적으로 시스템에 입력할 수 없게 하는 등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여당 주도로 업무 개시·종료 시간의 측정 및 기록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포괄임금제 감독 강화를 근로시간 단속 강화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