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오면 바로 팔려요"…'국평 20억' 뚫고 들썩인 동네

입력 2026-08-31 19:00
수정 2026-08-31 19:58

서울 성북·강서·구로구 등 외곽 지역과 경기 남부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가격이 잇따라 20억원을 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가 세제 개편 등의 영향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 비해 외곽에서는 일부 선도 단지를 중심으로 20억원 돌파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지난 7월 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 기준 성북구 최고가(16억6500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6월 롯데캐슬 클라시아가 19억1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20억원을 넘는 단지도 등장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21억4000만원)과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20억원) 등도 20억원을 넘어서며 올 들어 서울에서 5개 단지가 이른바 ‘2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국평 20억원 시대’는 마포·성동·동작구 등 한강벨트와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2020~2022년 먼저 시작된 뒤 올해 인접한 2차 주거벨트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억원 진입을 앞둔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7단지(19억6000만원),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자이(19억5000만원), 은평구 증산동 DMC센트럴자이(19억1000만원) 등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남부권에서는 수원 영통구 자연앤힐스테이트가 21억원에 거래되며 20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권은 최근 3주 연속 약세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이후 이날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9453건에서 1만941건으로 15.7% 늘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맞벌이 가구가 갈아타기와 대출로 접근할 수 있는 가격 상단이 20억원 안팎”이라며 “외곽 지역 강세는 강남권 약세와 대비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전세난에 추격 매수…서울 외곽도 '국평 20억' 뚫었다
한강벨트 넘어 주요지역으로 '키 맞추기' 확산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을 넘은 것은 2016년 8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21억원으로 처음이었다. 이후 강남권 ‘래미안퍼스티지’ ‘압구정현대’ 등을 거쳐 2020년대 들어 마포·강동·동작·광진 등 한강 벨트로 확산했다. 하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대부분 지역은 ‘국평 20억원’과 거리가 멀었다.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남부 집값이 뛰어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서울 성북과 경기 화성 동탄 등이 ‘20억 클럽’에 진입한 데 이어 서울 강서·은평, 경기 광명 등으로 번지고 있다. 집값과 전·월세가 동반 상승해 주거 불안이 커지자 30~40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올 수도권 21곳 국평 20억원 돌파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21곳에서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곳 늘었다. 서울 성북·동대문, 경기 화성 동탄·수원 영통·성남 수정 등이다. 서울 강서·구로·은평, 경기 광명·용인 수지는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용 84㎡ 기준 은평구 증산동 ‘DMC센트럴자이’는 지난 4일 19억1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은 18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두 단지 모두 지하철역이 가까워 출퇴근이 편한 단지를 찾는 30~40대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많다. 강서구도 마곡업무지구와 가까운 마곡동을 중심으로 전용 84㎡가 17억~1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으로 호가가 몇 달 새 2억원 이상 뛰고, 매물이 나오면 그날 바로 팔리기도 한다”며 “준공 30년 넘은 아파트도 그 자리에서 계약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번 천장이 뚫린 곳은 20억원대 거래가 잦아지고 있다. 전용 84㎡ 기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은 7월 2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센트럴아이파크’와 마포구 신수동 ‘마포아이파크포레’는 각각 22억원에 손바뀜했다.◇전세난에 분양가도 올라올해 집값 상승은 중저가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성북구 아파트값은 12.4% 올랐다. 구로(10.2%), 강서(10.1%), 서대문(10.0%), 관악(9.5%)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에선 화성 동탄(17.0%), 광명(13.6%), 용인 수지(13.5%), 안양 동안(12.6%), 성남 분당(12.2%) 등이 서울보다 상승률이 높다.

입주 물량 감소와 분양가 상승, 실거주 의무 강화, 대출 규제 등이 중저가 지역 집값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는 7월 기준 138.59로 1년 새 5.8% 상승했다. 공사비 급등은 분양가로 전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통계를 통해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해 7월 4544만원에서 올 5월 6355만원으로 처음으로 6000만원을 넘었고, 7월엔 6209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 입주 물량의 약 90%가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오는 만큼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를 거쳐 지역 전체의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분석이다.

전세난도 추격 매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 물량이 마르면서 보증금과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20억원 이하 매물로 실수요가 몰린다. 성북구 길음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몇 년간 외곽으로 밀려난 경험이 학습효과로 남았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계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추격 매수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출퇴근이 편한 대단지 선호에 보유세 완화 기대가 겹쳤다”며 “기준금리가 연 3.25~3.5%로 다시 오르면 빚 부담이 큰 외곽 대단지부터 조정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종필/임근호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