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말고 또 있다…큰손이 찍은 韓 '잠자는 호랑이'

입력 2026-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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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달 초 본격적인 조정장이 시작되기 전 ‘공작새와 호랑이 이야기’라는 보고서를 냈다. 공작새처럼 화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서 시선을 넓혀 시장에서 저평가된 우량 가치주인 ‘잠자는 호랑이’를 찾아야 할 때라는 얘기였다.

보고서 발간 직후 반도체주 조정이 시작되자 프랭클린템플턴 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보고서를 쓴 크리스틴 탄 수석투자전략가(사진)는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하반기 한국 증시는 반도체를 넘어 숨은 가치주가 깨어나는 ‘반도체 플러스’ 양상이 될 것”이라며 “방위산업, 조선, 원자력, 미용·의료 등 탄탄한 실적을 갖춘 우량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탄 수석은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AI 메모리 공급망의 중심에 있지만 투자는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 자산 대비 주식의 매력도가 여전히 크지만, 광범위한 지수 추종에서 벗어나 우량주 중심의 선별적인 접근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뜻이다. 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의 2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 중 41%는 0.5배도 안 되기 때문에 이 중 ‘잠자는 호랑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중 갈등의 수혜를 보고 있는 한국의 방산, 조선, 로보틱스를 주목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만큼의 가격 경쟁력과 신뢰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며 “미국과 우방국의 인프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전략적 생산 기지로서 한국의 위치는 매우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성장세가 꾸준하고 미국 관세 영향을 덜 받는 미용·의료 섹터도 주요 투자처로 꼽았다.

최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을 계기로 급부상한 중국 반도체주와 관련해선 “중국의 AI·테크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여전히 비상장 시장에 집중돼 있거나 제한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래전 증시에 상장해 입지를 다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투자시장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은 아직 ‘아기’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현금배당·자사주 매입 계획에 관해선 “확실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타는 산업에서 주주환원이 기술 주도권 유지를 위한 설비투자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주주환원과 미래 투자 자금 확보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자산 포트폴리오는 ‘투자를 유지하되 분산하라(stay invested, stay diversified)’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주식 비중은 50%, 채권은 30%, 금은 10%, 기타 대체자산은 10%로 배분하는 편이 좋다”며 “달러는 미 재무부의 부채 관리 정책 및 금리 환경을 고려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중을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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