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수출이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중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불황 수출’로 인해 상대국 제조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세계는 1조2000억달러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을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G20 회원국이 공조해 중국의 과잉 생산과 덤핑 수출을 막아야 한다”며 다자간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혼자 중국산 수입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장벽을 높이자 중국산 전기차·철강·태양광 제품은 유럽과 중남미 등으로 우회하고 있다. 프랑스 총리실 산하 국가전략기획기구(HCSP)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산업 공세를 유럽 경제에 대한 ‘시스템적 충격’으로 규정했다. 1980년대 플라자 합의처럼 위안화 절상을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밀려들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의 반덤핑조사 신청 13건 중 9건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부도 중국산 열연강판 등의 덤핑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자급률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배터리·기계·조선 등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의 범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한국의 통상 전략도 재정비가 시급하다. 중국산 과잉 물량의 우회 공습에는 국제규범에 따른 반덤핑·상계관세 등 실효성 있는 방어 수단을 제때 가동해야 한다. 동시에 경쟁력을 잃은 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화로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 중국의 내수 부진을 세계가 무한정 소비해줄 수는 없다. 중국과 산업구조가 겹치는 한국은 그 충격에 누구보다 먼저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