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신제품 반응보다 가품 신고 메일부터 확인합니다. 판매 글을 스무 개 내리고 나면 다른 계정으로 서른 개가 다시 올라와 있어요.”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24년 첫 제품을 내놓은 이 브랜드는 스킨케어 화장품을 해외 30여 개국에 판매한다. 이 회사가 최근 두 달 동안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한 결과 가품 판매 페이지를 수천 건 발견했다. 그는 “가품이 나오는 건 그만큼 잘됐다는 증거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답답하다”며 “해외 마케팅에 투입할 예산을 가품 모니터링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성공의 훈장이냐”고 토로했다.
지난달 중국 광저우시 공안당국이 한 위조 화장품 공장을 급습했을 때 현장에서 압수된 메디큐브 모방품만 6000여 개였다. 스킨1004와 아렌시아 등 다른 국내 제품도 있었다. 같은 달 루마니아 공항에선 중국에서 건너온 메디큐브 크림 위조품 100여 개가 적발됐다. 가품은 더 이상 일부 대기업과 고가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호소다.
SNS에서 제품 하나가 입소문을 타면 정식 해외 유통망과 상표권 보호 체계를 갖추기도 전에 가품부터 등장한다. 공식 사진과 설명을 복제하고 바코드와 제조번호까지 베낀다. 정품 페이지에 쌓인 리뷰와 평점을 가품 판매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직원이 여섯 명에 불과한 업체의 가품까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실정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가 가품 사진을 보내며 ‘왜 제품 제형이 달라졌느냐’고 물어올 때 가장 아찔하다”고 했다.
문제는 전담 조직을 갖춘 글로벌 명품과 달리 대다수 국내 신진 뷰티 브랜드는 가품에 대응할 인력과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국가의 플랫폼을 모니터링하고 의심 제품을 직접 구매해 진위를 판별한 뒤 플랫폼마다 다른 절차에 맞춰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 한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가품이 분명한데도 우리가 직접 제품을 사서 증명해야 플랫폼이 판매 글을 내려준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참여기업 모집을 시작했다. 기업당 최대 2억원의 정품인증기술 도입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개별 기업에 맡겨온 해외 가품 대응에 정부가 나섰다는 점은 진전된 모습이다.
하지만 인증마크 도입만큼 중요한 것이 실제 유통 단계에서의 차단이다. 공동 모니터링과 시험 구매, 진위 판별, 플랫폼 신고를 지원하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품은 신진 브랜드가 치러야 할 ‘성공의 훈장’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야 할 기업의 발목을 잡는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