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의 굴욕…"스벅 대신 여기 간다" 등 돌리자 결국 [트렌드+]

입력 2026-08-31 20:00
수정 2026-09-01 01:24

국내 식음료 업계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오랫동안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스타벅스의 입지가 흔들리는 틈을 타 공격적으로 점포망을 확장해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음료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파고드는 모습이다. 지난 5월 불거진 스타벅스의 판촉 문구 파문이 이러한 세대교체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년 만에 1만 점포 돌파…저가 커피의 폭발적 팽창
국내 커피 산업은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외형적 팽창을 지속해 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체 커피 시장 규모는 3조7359억원을 기록해 2018년과 비교해 35.6% 확대됐다. 최근 6년 동안 해마다 평균 5.2%씩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린 셈이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저가 프랜차이즈(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더벤티·매머드커피)가 주도했다. 2020년 당시 3000개 미만에 머물던 이들 5개사의 전체 매장 수는 5년여 만에 3배 이상 폭증하며 2025년 1만 곳을 넘어섰다. 올해 4월 집계 기준 메가MGC커피가 4000여개, 컴포즈커피가 3000여개, 빽다방이 1800여개 매장을 확보했고, 2026년 8월 현재 메가MGC커피는 4400여개 점포까지 보폭을 넓혔다.

실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결제 규모에서도 격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저가 커피 상위 5개 브랜드의 월간 결제액 총합은 2021년 1월 363억원에서 올해 7월 1916억원으로 5년 7개월 만에 5.3배 수직 상승했다. 동기간 주요 커피 브랜드 10곳의 전체 거래액 성장폭(2.6배)과 비교하면 시장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질주한 셈이다. 메가·컴포즈 '2강 체제'…스타벅스 앞선 재구매율

시장의 양강 축은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가 확고히 쥐고 있다. 올해 7월 결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메가MGC커피가 50.5%(968억원), 컴포즈커피가 25.7%(493억원)를 차지해 두 곳의 비중만 76.2%에 달했다. 고객 충성도를 보여주는 재구매율 지표에서도 메가MGC커피(49.6%)와 컴포즈커피(42.3%)가 나란히 스타벅스(40.2%)를 앞질렀다.

가맹점주의 실질적인 수익 지표에서도 저가 브랜드의 강세가 입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공개서상 가맹점 한 곳당 연간 평균 매출액은 메가MGC커피가 3억8844만원으로 선두를 달렸고, 빽다방(3억2448만원)과 컴포즈커피(2억7188만원)가 뒤를 이었다. 악재 겹친 스타벅스…2분기 적자 전환 충격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터져 나온 '탱크데이' 사태는 업계 1위 스타벅스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며 지각변동을 가속화했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가 기획한 텀블러 판촉 행사 중 '책상에 탁!' 등의 홍보 문구가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사며 공분을 일으켰다.

논란이 확산하자 운영사는 사과문을 내고 프로모션을 즉각 철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고개를 숙이고 경영진 물갈이까지 단행했으나, 성난 소비자들의 불매 기류를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는 실적 악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마트 공시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2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줄어든 747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403억원 흑자에서 184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1년 만에 587억원이 증발했다.

회사 측은 2분기 부진의 결정적 요인으로 매년 진행해온 여름 기획 행사인 '써머 프리퀀시'의 미개최를 꼽았으며, 탱크데이 이슈나 불매 운동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여파로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에 제동이 걸렸던 만큼 실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 유통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저가 커피…반사이익 톡톡스타벅스가 주춤하는 사이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저가 브랜드로 향했다. 사태 직후인 지난 7월 메가MGC커피의 결제 추정치는 982억1000만원을 찍으며 1000억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스타벅스 결제액의 94.9%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전년 같은 달(69.5%)과 비교해 양사 간 격차가 25.4%포인트나 좁혀졌다.

모바일 플랫폼 접속자 수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사태 직후인 6월 641만3000명으로 전월(754만8000명) 대비 15.0% 급감했다. 7월 들어 714만4000명으로 11.4%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논란 이전의 이용자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국내 커피 시장은 지속되는 고물가 기조에 따른 실속 소비 트렌드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 창업 구조가 결합하며 급성장했다. 도심 골목마다 매장이 들어서면서 커피 소비 습관이 없던 신규 이용자층까지 끌어들여 외연을 넓혀왔다. 출점 절벽·원가 상승 '이중고'…포화 속 체질 개선 과제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폭풍 성장이 점차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조사 결과 시내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6766개로 전년 동기보다 368곳 감소했다. 국세청 통계에서도 전국 커피음료점 사업자 수가 2026년 6월 9만3542개로 1년 전보다 1.5% 줄어들며 2024년 6월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반적인 매장 감축 흐름 속에서도 가성비 브랜드의 매출과 플랫폼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은 소비 패턴의 근본적 이동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저가 커피 업계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원두를 비롯한 핵심 식자재 단가 상승과 임차료 부담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압박을 받으면서 가파르던 확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떡볶이와 같은 사이드 메뉴 확충을 통한 객단가 상승을 꾀하는 한편, 해외 판로 개척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탱크데이' 사태 하나만으로 전체 시장 구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최근 몇 달간 소비자 선호와 매출 지표에서 뚜렷한 변동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전적으로 스타벅스의 단기 악재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