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日에 반도체 합작공장 설립 검토"

입력 2026-08-31 16:23
수정 2026-08-31 16:33
SK하이닉스가 일본에 메모리 반도체 합작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한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면서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동안 일본 팹 건설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공장 건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최 회장은 3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급증하는 AI 수요를 충족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일본 내 메모리 칩 생산을 위한 합작공장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이라면 어디든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잠재적 파트너나 구체적인 일본 내 후보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의 일본 내 생산 거점 검토는 현지 고객사 및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지분도 간접적으로 14% 이상 보유하고 있다.

공장 건설이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일본 내 제조 공장을 두는 세 번째 외국 반도체 기업이 된다.

투자 후보지로는 일본 혼슈 도호쿠 지방의 미야기현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 공업단지 내 약 30만㎡ 규모 부지를 제안하며 유치에 나섰다. 이 곳은 일본 대표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의 핵심 생산 기지가 있고 도호쿠대를 중심으로 고급 인력 공급이 원활하다는 평가다. 최 회장이 꼽은 전력·용수 인프라 조건에도 부합한다. 최 회장은 현지 인프라 현황을 직접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성사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최첨단 메모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규제와 국내 정서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내 메모리 공장 유치를 촉구하는 미국의 현지 생산 압박도 거세질 수 있어 해외 투자 균형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는 "여러 반도체 기업과 접촉한 것은 맞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SK하이닉스 측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