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조건으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춘 정책을 제시했다. 이미 발표된 공급 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하되 실제 착공까지 이어지도록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홍 후보자는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도 일관성 있는 정책, 또 예측 가능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정부 지지율 하락이 부동산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이행하되 실제 현장에서 착공되기까지 실행력이 있도록 속도를 높이겠다”며 “현장에 중요한 시그널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대책을 추가로 내놓기보다 기존 대책의 집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확보와 공공주택 착공 확대,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을 제시했다. 후속 조치로 다음달 말이나 10월 초 7만30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신규 택지에 서울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도심 공급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협의는 홍 후보자가 곧바로 떠안게 될 현안이다. 그는 “신속한 주택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에 따라 서울시 관계자와의 협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과 탄천 물재생센터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후보자 입장에서 서울시와의 정책 협의나 개별적인 정책 사항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대신 “지방정부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중앙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충분히 경험했다”며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26일 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2차 회동을 계기로 접점을 찾고 있지만 아직 입장 차가 남아 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침 철회를 전제로 이미 훼손돼 보전 가치가 낮은 일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부 입장을 내놨다.
교통 분야에서는 법정 최상위 계획의 확정 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홍 후보자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도로망 계획,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대해 “비용편익(B/C) 분석을 진행 중이고 재정당국과 최종 협의하고 있다”며 “9~10월 중 공청회를 거쳐 11월 전후로 모두 고시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 지역 간 교통 인프라 격차 해소,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성과 창출, 안전 관리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현장을 담당하며 쌓은 경험과 국토부 2차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명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홍 후보자를 지명했다. 1970년 강원 동해 출생으로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지방고시 2회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도 건설국장과 철도항만물류국장, 도시주택실장을 거쳤다.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도시주택실장으로 일하며 대표 주거정책인 기본주택과 3기 신도시 조성을 담당했다. 2024년 1월 남양주시 부시장으로 옮긴 뒤 지난해 12월 국토부 2차관으로 발탁됐다. 차관 임명 8개월 만의 장관 후보 지명이다.
주택 공급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광역교통망 확충,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이 과제로 꼽힌다. 특히 신규 택지의 보상과 공공주택 착공 실무를 LH가 쥐고 있어 홍 후보자가 강조한 실행력은 LH와의 관계 설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홍 후보자는 “보다 자세한 정책 방향은 청문회를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