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지켜보던 폐쇄회로(CC)TV가 이번에는 경찰을 향했다. 장기 실종자 사건 허위 종결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제주에서 공권력을 감시하는 의미를 담은 이색 공익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 씨가 운영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30일 제주시 한림읍과 제주서부경찰서 일대에서 CCTV를 활용한 게릴라성 공익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의 핵심은 CCTV의 방향이다. 통상 시민과 거리를 비추는 CCTV를 경찰서 쪽으로 돌려놓고 "더 큰 힘엔, 더 큰 견제"라는 문구를 붙였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 역시 국민의 감시 대상이라는 뜻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광고에는 여러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성이 CCTV 너머를 응시하는 모습과 함께 "국민이 지켜봅니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제주 경찰의 실종 사건 부실 대응 논란을 계기로 기획됐다. 지난 5월 30대 여성 장모 씨의 실종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관련 정보를 경찰 시스템에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안 장씨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주변 CCTV 영상 상당수도 보존기간이 지나 사라졌다. 장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특정 개인을 공격하기보다 시스템의 허점과 책임 문제를 풍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캠페인에 사용된 CCTV는 실제 촬영이나 녹화, 개인정보 수집 기능이 없는 모형이다. 설치물은 당일 모두 철거됐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