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제일 많다더니"…'가입비 300만원' 유명 결정사의 실체 [더 머니이스트-백광현의 페어플레이]

입력 2026-09-04 06:30
수정 2026-09-04 06:44
올해 서른여덟, 대기업 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 모 씨는 최근 큰맘 먹고 유명 결혼정보업체에 300만원이 넘는 VIP 가입비를 결제했다. 바쁜 직장 생활에 치여 짝을 찾을 여유가 없던 그에게 해당 업체의 광고는 마치 든든한 구명줄처럼 보였다. '업계 최다 전문직 회원 보유', '명문대 회원 수 1위'. 게다가 투명하게 경영하는 '국내 유일 금감원 전자공시 업체'에, '업계 최대 규모의 전문 매니저'가 2 대 1로 밀착 관리해준다는 문구는 그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칭된 상대의 프로필은 가입 전 상담에서 들은 것과 판이했고, 밀착 관리한다던 매니저의 연락은 갈수록 뜸해졌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신중한 결정이다. 특히 결혼정보 서비스는 미리 상품을 경험해 볼 수 없기에, 소비자는 사업자가 내세우는 객관적 지표와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유명 결혼정보업체 A사의 부당 광고 행위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무거운 철퇴를 가했다. A사는 2022년 4월께부터 버스 옥외광고, 인터넷 기사, 홈페이지 등 전방위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실적을 부풀렸다. 공정위 조사 결과, 전문직과 명문대 회원 수 '업계 최다'라는 타이틀은 타사와의 비교 확인 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산출한 근거 없는 자화자찬이었다. '업계 유일 외부감사 업체'라는 문구 역시, 이미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시 중인 경쟁 업체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뻔뻔하게 이어간 명백한 허위 광고였다. 심지어 전문 매니저 수는 일반 직원까지 슬그머니 끌어모아 부풀린 수치로, 실제 알선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공정위가 A사를 제재한 법적 근거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거짓·과장의 표시·광고)'다. 이 조항에 따라 위법성이 인정되려면 사실과 다르게 부풀리고(거짓·과장성),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하며(기만성),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 결정을 방해해 시장 질서를 해칠 우려(공정거래 저해성)가 있어야 한다. 특정 집단의 회원 규모나 재무적 투명성 여부는 수백만원짜리 서비스 가입을 결정짓는 핵심 정보이므로, A사의 행위는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중대한 위법으로 판단됐다.

사실 결혼정보업계의 객관적 근거 없는 '1위 호소'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병폐다. 과거 대형업체인 B사는 단지 특정 기간 자사 웹사이트에 접속한 단순 방문자 수가 많았던 통계를 교묘하게 포장해 마치 '결혼 정보 분야 전체 1위'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광고하다가 적발됐다. 또 다른 업체인 C사는 입증조차 불가능한 '성혼율 1위'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철퇴를 맞았다. 실질적인 매칭 시스템이나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보다는, 그럴싸한 수치와 랭킹을 조작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으려는 얄팍한 상술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A사의 이번 허위 광고 역시 이러한 업계의 씁쓸한 관행이 되풀이된 결과다.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도 설레는 약속이다. 수백만원의 가입비 속에는 단순히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를 넘어, '남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여정에 진실한 길잡이가 돼달라'는 간절한 기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결혼정보업체가 진정으로 팔아야 하는 것은 조작된 데이터나 횟수가 아니라 '신뢰'와 '희망'이어야 한다. 스스로 씌운 가짜 1위 왕관과 부풀린 숫자로 그 간절함을 기만하는 행위는,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누군가의 인생을 향한 무책임한 횡포에 가깝다. 화려한 거짓 포장지 대신 진정성 있는 서비스로 승부하는 투명한 시장, 그래서 짝을 찾아 나선 이들의 설레는 첫걸음이 더 이상 차가운 상술에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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