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을이 다가온다

입력 2026-08-30 18:00
수정 2026-08-31 00:31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맹렬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잦아들고 있다. 내일이면 9월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 여름의 열기는 남아있겠지만 우리 마음은 이미 가을로 달려간다. 사계절을 우리 인생과 맞춰 보면 가을은 젊은 시절 치열하게 달려온 인생 목표의 문턱에 도달했거나, 이를 달성하고 수확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따뜻한 겨울을 위한 채비를 하듯 든든한 노년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가을은 사람으로 볼 때 50·60대가 아닐까 싶다. 직장에선 지금껏 쌓은 역량을 최대한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기간이다. 이제 100세 시대가 됐고 정년도 65세로 연장된다고 하니 인생의 가을이 좀더 길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같은정년 연장에 대해 최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출산율 급감으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수명은 늘어나 현재 중년 세대가 더 오래 일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실천할까에 대한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법정 정년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돼 있지, 60세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도 기업 차원에서 노사가 합의하면 정년은 65세로 정할 수 있다. 실제 중견·중소기업에선 60세 이상 정년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법정 정년 연장은 현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일 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연공서열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임금체계 개편 자체도 어렵다. 그대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개별 기업 단위에서 신규 고용 창출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3년 법정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개정하자 청년 고용이 감소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년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은 65세 이상 고용연장 조치 의무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으로 정년 연장, 재고용 등을 기업 단위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실질적인 고용 연장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청년고용 한파가 매섭다. 경력직 채용 중심의 고용 확산과 AI로 인한 신규 채용 감소가 겹친 탓이다. ‘그냥 쉬었음’ 청년이 43만 명에 육박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이 취업을 희망하는 대기업,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 이후 채용을 더욱 줄일 것이다. 풍요로운 가을은 봄과 여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자녀 세대도 풍요로운 가을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