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이직러'는 성과 떨어질까?

입력 2026-08-30 18:10
수정 2026-08-31 01:09
‘프로 이직러.’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채용시장에선 주로 부정적 의미로 통한다. 한 직장에서 일한 기간이 짧을수록 지원자가 책임감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념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코넬대·럿거스대 교수진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많은 사람은 새 회사 업무에 훨씬 빨리 적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새 회사 분위기와 암묵적 규칙을 단기간에 익히는 노하우가 쌓여서다.

이 연구는 헤지펀드 매니저 87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직 경험이 적은 신규 입사자는 새 직장에서 종전 투자 성과를 회복하기까지 평균 5개월이 걸렸다. 반면 이직이 잦은 사람은 2개월 만에 이전 직장과 비슷한 성과를 올렸다. 누구나 새 직장에 적응하는 기간에는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이직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직 경험이 많을수록 그 충격이 작기 때문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의도적으로 이직을 거듭하는 새로운 커리어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더 나은 직책을 얻기 위해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는 ‘릴리 패딩(lily padding)’이다. 연잎(lily)을 밟고 하나씩 이동하듯 회사를 옮긴다는 뜻이다. 다양한 경험을 빠르게 쌓는 것이 커리어에 도움 된다는 인식이 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프로 이직러를 ‘금방 떠날 사람’으로 보는 편견 때문에 이들의 강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업 재피어는 “이직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자를 자동 탈락시키면 인재를 놓칠 수 있다”며 “면접 과정에서 그간의 이직이 경력 개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