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사실상 교섭을 미루는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노동조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노동위원회의 구제 절차만으로는 불성실한 교섭을 막기 어렵고, 사용자의 책임을 별도로 묻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옛 노동조합법 90조 중 81조 3호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미루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회사 대표인 청구인은 2017년 4~8월 노조의 교섭 요청을 거부하고,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노조가 제출한 단체협약 수정안 협의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도중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2년 헌법소원을 냈다.
쟁점은 법에 적힌 ‘정당한 이유’와 ‘해태’라는 표현이 형사처벌 기준으로 충분히 명확한지였다. 청구인은 두 표현의 범위가 모호해 어떤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태’는 형식적으로만 교섭에 응하거나 노조 요구에 장기간 답하지 않는 등 사실상 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뜻하고, ‘정당한 이유’는 교섭 상대나 대상,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위의 구제명령이 있는데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구제명령만으로 교섭 거부나 지연을 막기 어려운 현실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사용자만 처벌하는 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헌재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용자의 불성실한 태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사용자와 노조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