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려 했지만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보다 3배 넘는 월세를 요구해 계약이 깨졌다면,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주변 상가 임대료뿐 아니라 기존 임대료와 건물주가 새로 요구한 임대료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임대인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과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에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01년부터 A씨 소유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2018년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뒤 묵시적 갱신을 이어오다 2023년 말 임대차가 종료됐다.
B씨는 상가를 넘겨받을 신규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 22억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A씨가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원과 월세 2000만원을 요구하면서 신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권리금 계약도 결국 해제됐다. A씨가 요구한 월세는 기존 월세의 약 333%였다.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해 더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해도 기존의 약 357% 수준이었다.
B씨는 A씨가 신규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막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주변 상가의 임대료 등에 비춰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2심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심은 해당 상가의 적정한 차임과 보증금이 얼마인지 확인할 자료가 부족한 만큼 A씨가 요구한 금액이 '현저히 고액'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요구한 임대료가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하려면 주변 상가의 임대료뿐 아니라 기존 임대료와 새로 요구한 임대료의 차이, 상가의 시세와 적정 차임,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월세가 6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뛰었고 환산보증금 역시 기존의 약 357%에 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이처럼 임대인이 요구한 금액이 현저히 높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법원이 감정 등을 통해 적정 임대료를 확인한 뒤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적정 임대료를 확인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