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가능성 낮다"는데 논란 계속…'제주 실종' 의문점 3가지

입력 2026-08-29 14:33
수정 2026-08-29 15:32

제주에서 실종된 지 석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37)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야자수 가지에 끈을 묶어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면서 타살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도 타인에게 폭행당했을 때 나타날 만한 뚜렷한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가 발견된 장소와 당시 상황, 설골(목뿔뼈) 골절 등은 여전히 여러 의문을 남기고 있다. 시신의 부패가 심해 사망 당시의 외상과 질식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경위를 둘러싸고 풀리지 않은 의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의문은 장씨가 평소 무서워하던 야자수 농장에 왜 들어갔냐는 점이다.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이다. 야자수가 촘촘하게 들어선 탓에 농장 안쪽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인근에는 가로등이나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의 유족은 장씨가 생전 이곳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장씨의 아버지는 "딸이 야자수 농장 쪽은 너무 무섭다며 잘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친구에게도 해당 장소를 꺼렸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반면 경찰은 장씨의 남자친구로부터 장씨가 평소 강아지를 데리고 농장 주변 길을 산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제는 장씨가 단순히 농장 주변을 지났던 것인지, 실종 당일 스스로 농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장씨가 마지막으로 누구와 연락했고,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두 번째 의문점은 작은 체구의 장씨가 야자수 가지에 목을 맬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경찰은 장씨가 야자수 위쪽 가지에 끈을 묶어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시신은 완전히 공중에 떠 있지 않고 신체 일부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고 한다.

장씨의 키는 158㎝, 몸무게는 44㎏이다. 이에 따라 작은 체구의 장씨가 휘어지는 야자수 가지에 끈을 걸고 실제로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목을 맬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직접 같은 형태로 끈을 묶어 당겨보는 방식으로 재현해봤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가지가 부러지지 않았고 장씨의 체중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목맴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시신의 발이나 다른 신체 일부가 지면에 닿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몸 전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어야만 목맴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장씨가 야자수 농장 안으로 들어가 해당 위치까지 이동한 과정과 혼자 끈을 묶게 된 경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의문점은 국과수 부검에서 발견된 설골 골절을 토대로 '목맴사'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골은 목 앞쪽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뼈다. 장씨의 부검에서는 이 부위에 골절이 확인됐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설골 골절이 스스로 목을 맨 경우뿐 아니라 타인에게 목이 졸린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지난 2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설골'이라고 해서 목뿔뼈 앞쪽에 있는 가느다란 쉽게 골절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목맴사'뿐만 아니라 '목조름사'에서도 골절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경구압박에 의한 질식이라는 것은 추정은 가능하지만, 과연 스스로가 목을 매 사망한 '목맴사'냐 아니면 타인이 목을 졸라서 질식시킨 '액사' 또는 '교사'냐는 부분은 법의학적으로 규명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시신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가 진행돼 있어,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발견된 정황상 범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장씨의 휴대전화와 귀금속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현장에서 뚜렷한 몸싸움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야자수에 묶인 끈 역시 장씨가 숙소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숙소에서는 같은 종류의 끈 일부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만으로 장씨가 스스로 목을 맸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경찰의 초기 대응이다.
장씨의 남자친구는 지난 5월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인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은 신고가 접수된 지 약 2시간30분 만에 장씨와 직접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장씨와 통화한 기록은 없었다. 부 경장은 내부 시스템에 장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허위 내용을 남기고 관련 기록을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 경장은 구속된 뒤에도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근 조사에서 실종자와 실제로 통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신이 그동안 주장해온 통화 사실이 허위였음을 실토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의 실종 직후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증거들도 사라졌다. 경찰이 뒤늦게 수색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한림읍 일대 공공 CCTV 영상의 보존기간이 이미 지나 상당수가 삭제된 상태였다.

현재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현장 감식 등을 다시 진행하며 장씨의 마지막 행적과 사망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