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뚫고 자란 숲…권인경이 그린 '마음의 방'

입력 2026-08-30 09:54

방 한가운데 산이 솟고 폭포가 쏟아진다. 식물은 커다란 숲을 이루고 그 줄기는 콘크리트 벽과 창틀을 경쾌하게 타고 오른다. 한국화가 권인경(47)이 그리는 방의 풍경이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너의 방에 숲이 무성할 때'는 권 작가의 신작 20여 점을 모은 자리다. 갤러리밈에서 3년 만에 여는 전시이자 작가의 16번째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과 같은 이름의 새 연작과 함께 집 모양의 오브제 설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가로 길이가 3m를 넘는 500호 크기의 대형 드로잉도 나와 있다.

권인경은 전통 수묵 기법에 아크릴 물감, 고서(古書)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결합하며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작가다. 고서 콜라주는 말 그대로 오래된 책의 낱장을 오려 화면에 겹겹이 붙이는 작업이다. 글자가 빽빽한 책들은 그림 속에서 벽돌처럼 쌓여 방의 벽과 바닥이 된다. 이렇게 쌓아 올린 화면은 현실에 없는, 그러나 어딘가 있을 법한 마음의 풍경이 된다.



권 작가에게 방은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곳에 사는 사람의 시간과 기억, 삶의 이야기가 담긴 구조물이기도 하다. 마치 집을 짓는 것처럼 고서 조각을 겹겹이 붙여 방을 표현하는 이유다.

'방은 누구에게나 삶의 필수 조건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 방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식물이다. 굳은 벽과 고정된 구조를 타고 자라나는 식물은 닫혀 있던 방을 생명이 싹트는 '온실'로 만들고,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생태계'를 창조한다는 설명이다. 이 식물은 스스로 빛을 향해 뻗는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