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봄 대검찰청 마약과장 재직 시절 일이다. 그 무렵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서울 지역의 유명 클럽에 불법 마약류가 만연히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1년 연속 마약류 범죄자 수가 마약청정국의 기준인 1만 명을 넘어서 최근 3년간 2만 명을 웃도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 6월 수원역 마약 좀비 영상이 세간에 화재가 됐다. 길거리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던 30대 남성은 결국 마약류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마약류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다. “마약류에 한 번도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은 있지만, 마약류에 한 번만 손을 대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범죄의 암수범죄률은 연구 결과 20~30배 정도라고 한다. 매년 약 40만 명 이상, 성인 인구 100명 중 1명꼴로 마약류 범죄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이웃집 사람이 마약류 범죄자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올해 9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에서 대검찰청이 주관하는 제33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가 열린다. 지난 2018년 가을 마약과장 시절 부산에서 개최된 아들로미코 회의에도 20여개 해외 마약류 법집행기관,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였었다. 올해도 각국의 마약류 범죄 현황, 초국가범죄의 국제협력 우수사례, 신종 마약류범죄 현황 및 가상화폐 수사기법 등 다양한 내용의 발표와 정보 공유 등 네트워크가 있을 예정이다.
지난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K-마약류 범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대검찰청 마약과는 40년 만에 사라질 운명이다. 그간 쌓아온 국제협력 수사 역량이 유지될지 숙제로 남겨진 상황이다. 물론 제도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한번만 손을 대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 범죄에 대해 잠시 국가가 한눈을 파는 사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이웃집 좀비를 마주하는 날이 올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전문가 입장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