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하면 10년은 기본"…김연아·공유 붙잡아둔 이 회사 전략 [김소연의 얼굴전략]

입력 2026-08-29 13:00
수정 2026-08-29 13:53

"카누 하면 공유지." "우리 엄마는 '연아 커피'만 찾는다니까."

동서식품 커피 광고를 본 소비자라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공식입니다. 모델과 브랜드가 장기간 함께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양자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유독 장수 모델의 이미지가 강해 '인간 맥심'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입니다.

배우 공유는 2011년 출시된 동서식품 '카누' 첫 모델로 발탁돼 15년째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시 공유는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커피와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동서식품은 이를 카누의 새로운 이미지와 연결했습니다. 회사 측은 당시 "커피 하면 떠오르는 대표 연예인 공유가 새롭게 선보일 제품의 이미지와 부합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연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피겨 요정' 김연아는 2012년 당시 출시된 '맥심 화이트골드' 첫 모델로 발탁된 이후 14년째 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에서는 은퇴했지만, 모델 활동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광고는 제품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는 호기심을 앞세워 제품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연아 커피'라는 별칭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동서식품의 모델 전략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장수 모델이 우연히 만들어진 사례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시작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배우 안성기는 당시 동서식품 맥심 모델로 발탁된 뒤 2021년까지 무려 38년간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국내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 기록입니다. '맥심=안성기'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동서식품이 안성기의 부고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각별한 예우와 감사를 표한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 이나영은 2000년 맥심 모카골드의 얼굴이 된 뒤 2024년까지 24년간 활동했습니다. 그의 남편인 배우 원빈 역시 2008년부터 2024년까지 16년 동안 동서식품의 캔커피 브랜드 T. O. P를 대표했습니다. 제품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 모델을 함께 세우고, 소비자에게 제품과 모델을 동시에 각인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유명한 사람을 광고에 세우는 것'과 결을 달리합니다.

보통 광고 모델은 브랜드에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기용됩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장수 모델 전략에서는 모델이 단순한 광고판을 넘어 브랜드의 얼굴이 됩니다. 소비자가 모델을 보면서 제품을 떠올리고, 제품을 보면서 모델을 떠올리는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실제로 공유가 카누 모델로 처음 발탁됐을 당시 카누는 기존 커피믹스가 아닌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내세운 신제품이었습니다. 동서식품은 카누의 경쟁 상대를 다른 커피믹스가 아니라 커피전문점의 원두커피로 규정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슬로건 역시 기존 인스턴트커피와 다른 카누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의 역할은 단순히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커피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통해 이미 형성된 이미지와 카누가 만들고 싶었던 '젊고 세련된 커피'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 출시 직후 카누는 대형마트에서 빠르게 판매량을 늘렸고, 출시 보름 만에 150만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판매 성과를 모델 한 사람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모델과 제품 이미지를 함께 각인시키는 전략이 작동한 사례로 꼽힙니다.


김연아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화이트골드는 기존 맥심 모카골드와 차별화된 '부드러운 맛'을 앞세워 출시된 제품이었습니다. 동서식품은 당시 김연아가 가진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제품에 연결했고, 티저 광고를 통해 '연아가 마시는 커피'라는 호기심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제품명이 본격 알려지기 전부터 모델과 제품을 연결한 셈입니다.

그 결과 '화이트골드'라는 제품명만큼이나 '연아 커피'라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광고 모델이 브랜드의 별칭이 되는 순간입니다.

동서식품이 장수 모델 전략을 고집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광고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스타를 내세우는 방식은 신선함을 얻을 수 있지만, 모델과 브랜드 사이에 쌓이는 시간의 자산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 모델과 오랜 기간 함께하면 소비자는 별도 설명 없이도 얼굴만 보고 제품을 알아봅니다.

특히 커피처럼 소비 빈도가 높은 생활밀착형 제품에서는 이 같은 익숙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늘 보던 그 브랜드'라는 안정감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서식품이 모든 브랜드에서 장수 모델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세대교체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24년간 모카골드의 얼굴이었던 이나영의 뒤를 2024년 배우 박보영이 이어받았고, 16년간 T. O. P를 대표했던 원빈의 자리에는 배우 홍경이 등장했습니다. 장수 모델의 시대가 끝났다기보다 브랜드가 성장한 뒤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해 얼굴을 바꾸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해석입니다.


최근에는 더욱 젊은 얼굴도 등장했습니다.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이 맥심 슈프림골드 새 모델로 발탁된 겁니다.

슈프림골드는 2021년 출시 당시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기용하며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출발했습니다.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판매 2억3000만잔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인 만큼, 안유진의 발탁 역시 보다 트렌디하고 젊은 이미지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유진의 등장은 동서식품의 모델 전략이 '장수'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브랜드가 어떤 시점에 어떤 얼굴을 필요로 하느냐입니다.

공유와 김연아처럼 브랜드의 시작부터 함께하며 정체성을 만드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이나영과 원빈처럼 오랜 시간 브랜드의 역사를 함께한 모델도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야 할 때는 박보영, 홍경, 안유진처럼 새로운 세대의 얼굴을 앞세웁니다.

결국 동서식품이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은 '유명한 스타를 빌려오는 것'보다 '브랜드의 얼굴을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시장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취향과 미디어 환경도 달라졌고, 브랜드가 공략해야 할 세대 역시 계속 교체됩니다. 광고 모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얼굴을 봤을 때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동서식품 측은 이러한 모델 발탁 철학에 대해 "브랜드가 모델과 함께 성장하면서 제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 넘게 함께한 공유, 김연아에 이어 새롭게 합류한 박보영, 홍경, 안유진이 브랜드의 어떤 얼굴을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브랜드는 왜 하필 그 얼굴을 택했을까요. [김소연의 얼굴전략]은 연예인부터 인플루언서, 심지어 버추얼 캐릭터까지 브랜드가 앰버서더나 모델로 낙점한 인물의 이미지와 서사를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캐스팅 배경에 깔린 마케팅적 계산, 그리고 그 선택이 실제로 브랜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남겼는지를 데이터와 반응으로 짚어봅니다. 화려한 얼굴 뒤에 숨은 냉정한 전략, 그 방정식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구독하시면 매주 더 쉽고 빠르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