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이 살해된 사건을 두고 중국 온라인 여론이 격앙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이보 등 중국 현지 온라인 플랫폼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은 3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중국법에 따라 사형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랐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중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 사법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중국인 시간강사 정모씨는 지난 20일 새벽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주거지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범행 뒤 시신을 훼손해 전국 여러 곳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은 피해자 실종 단계부터 중국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A씨는 졸업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웨이보에는 A씨 가족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현지 누리꾼들은 A씨의 행방과 안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26일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SNS에서는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도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피의자가 특정되기 전 초기에는 중국에서 “여성이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다 범죄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피의자가 A씨와 같은 중국 국적의 시간강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여론은 충격과 분노로 바뀌었다. 일부 중국 매체가 정씨를 ‘한국인’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현지 누리꾼들이 특히 충격을 받은 대목은 정씨가 경찰에 A씨 실종 신고를 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정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로 실종 신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가 범행 뒤 A씨의 옷을 입고 여장한 채 주거지를 빠져나온 정황도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여장 상태로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뒤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부산 중국총영사관은 전날 “한국 경찰에 확인한 결과 며칠간 실종됐던 중국인 여성 유학생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며 “경찰은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은 한국 경찰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범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유가족을 위한 영사 조력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경찰은 정씨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유기된 시신을 찾고 있다.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도 확인할 계획이다.
정씨는 경찰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정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사체 훼손과 시신 유기 등 추가 혐의 적용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