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타인이 목 졸라도 설골 골절" 제주 사건에 의혹 제기

입력 2026-08-28 09:52
수정 2026-08-28 10:55


제주에서 실종됐다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 모 씨 사망 원인을 '목맴사'라고 추정한 경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표창원 소장은 "타인이 목을 졸라 사망할 경우에도 설골은 골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27일 MBC 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장 씨가 실종된 지 석 달 넘게 지나 백골 상태로 발견된 점을 언급하며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규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확한 사망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표 소장은 "시간이 오래 흘러 부패가 진행되고 밀랍화나 백골화가 이뤄졌을 때는 사망 시간 추정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언급했다. 유 전 회장은 2014년 전남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발견됐다.

표 소장은 "과거에 기억하시겠지만 유병언 회장 같은 경우에도 논란이 얼마나 오래(지속)됐냐"며 "아무리 부패가 오래됐어도 독극물의 경우는 뼈에서 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있고, 골절이 있고 외상 흔적이 있다면 바로 알 수 있지만 아닐 경우는 규명이 어렵다"고 했다.



특히 장 씨의 목 부위 골절에 대해선 확인된 흔적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표 소장은 "'설골'이라고 해서 목뿔뼈 앞쪽에 있는 가느다란 쉽게 골절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목맴사'뿐만 아니라 '목조름사'에서도 골절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구압박에 의한 질식이라는 것은 추정은 가능하지만, 과연 스스로가 목을 매 사망한 '목맴사'냐 아니면 타인이 목을 졸라서 질식시킨 '액사' 또는 '교사'냐는 부분은 법의학적으로 규명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이 장 씨가 지난 5월 12일 밤 실종된 뒤 이튿날 새벽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 데 대해서는 법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정황을 토대로 한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장 씨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처리 사유로 '교통사고 사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완전히 기록에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고, 사망 종류를 선정할 때 교통사고 사망이 가장 납득이 가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살인이나 변사 등으로 처리할 경우 후속 절차가 뒤따르는 것과 달리 '교통사고 사망'은 삭제되면 기록이 안 남는다"며 "본인 생각으로는 교통사고 사망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앞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 피해 가능성 없음' 선언 후 사건화도 하지 않은 채 종결하면 누구도 다시 열 수 없는 것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성과"라며 "장미란 사건은 이렇게 떠나보낼 듯"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장씨의 사인을 '목맴사'로 추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약물도 많은데 젊은 여성이 야밤에 나가 야자수 나무에다 목맴사를 한다? 자살 수단치고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적었다.

앞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제주경찰청장으로부터 장 씨의 사인이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은 국과수 본원 전문인력 2명과 함께 장 씨의 시신을 부검했다. 시신이 상당히 부패해 정확한 사인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골절을 비롯한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의혹을 풀 핵심 단서가 나올지 주목받고 있다.

제주 경찰청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 숙소를 나선 뒤 휴대폰 전원이 꺼질 때까지 별다른 위치 변화나 추가 통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장씨가 숙소를 나선 12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에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타살 흔적은 없었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로 핵심 단서가 사라진 상황이어서 경찰의 발표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당초 사건 접수 후 담당 경찰관의 사건 허위 종결로 수색이 지연되면서 시신 발견지인 한림읍 일대 방범용 및 교통정보 수집 CCTV 118대의 5월 12~20일 치 영상은 보존 기한(30일)이 지나 6월 중순 모두 자동 삭제됐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영상 열람을 요청한 시점은 석 달이나 지난 이달 19일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