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쟁의 대상’ 기준을 시행지침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고쳐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입법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우선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시행령의 경우 입법예고, 규제심사 등에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현장에 미치는 효과는 시행령과 유사하면서도 즉시 적용이 가능한 시행지침을 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산업 현장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임금·성과급·경영성과 배분 문제 등이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노사 간 해석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시행지침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분쟁이 벌어진 뒤 사후 대응에 나서기보다, 사전에 판단 기준을 제시해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지침 적용 후 현장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지침만으로 현장 혼란을 완전히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행령과 달리 지침은 대외적 구속력이 약하다. 노사 양측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준이라고 판단할 경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지침이 실제 분쟁 현장에서 어느 정도 기준으로 작동할지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쟁의 대상 기준 논란은 이미 대기업 노동 현장에서 불거진 성과급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서 논란이 된 ‘영업이익 일정 비율 성과급’ 요구와 관련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확대됐는데, 그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나”라며 “필요하면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 등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