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술을 안 먹어요" 고민하더니…'음식 페어링'에 꽂혔다 [트렌드+]

입력 2026-08-28 21:00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업계의 생존 공식이 '단순 보틀(병) 판매'를 넘어 '식당가 미식 페어링'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반적인 음주 빈도와 음주량이 동시에 줄어들자, 유통 매대뿐 아니라 일상적인 외식 접점을 파고들어 음식과 함께 즐기는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292만2000㎘) 이후 27년 만에 300만㎘ 선이 무너졌다. 맥주와 소주 출고량이 3년 연속 줄어든 가운데 탁주(막걸리)는 5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팬데믹 시기 반사이익을 누렸던 고급 주류 시장의 한파도 매섭다. 디아지오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주요 위스키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거나 70% 이상 급감했고, 토종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마저 올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와인 소비 역시 195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술을 적게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고가 와인도 코르크를 따지 않고 한 잔씩 추출해 마시는 '코라빈' 장치가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등 '잔술·소용량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신세계 강남점 식당가 '첫 와인 연계'…와인 시키면 맞춤 요리 덤
이에 백화점의 대형 주류 행사도 기존의 '가격 할인' 매대 행사에 머물지 않고 '식당가 페어링'으로 판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달 3일까지 전점에서 연중 최대 주류 행사인 '뱅드신세계'를 연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이 행사에서 백화점 일반 식당가와 손잡고 전방위 페어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강남점에서 전문 식당가 연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11층 일반 전문 식당가 전반에 걸쳐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각 업장의 메뉴와 어울리는 맞춤형 와인 페어링 리스트를 구축했다"며 "식당가 매장에서 추천 와인을 주문하면 해당 매장의 특색에 맞춘 서비스 요리를 함께 제공하는 등 고객들이 미식과 와인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신제품 나오면 '외식 공간' 직행…주류업계 공식 된 페어링주류 제조·수입사들 사이에서도 외식 공간은 신제품 경험을 각인시키는 핵심 거점으로 굳어졌다.

지평주조는 최근 리뉴얼한 프리미엄 막걸리 '지평탁주'를 롯데마트 63개 점에 입점시키는 동시에 자사가 운영하는 한식 다이닝 '푼주'에서도 선보였다. 한식과의 페어링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와인 수입사 아영FBC 역시 사브서울, 무드서울 등 직영 매장에서 음식에 맞춘 글라스 와인 페어링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는 하이볼 전문점 '나카스하이볼클럽', 수제어묵바 '슌노오뎅' 등 도심 외식 매장과 손잡고 대표 안주에 맞춘 '골든블루 쿼츠' 맞춤형 하이볼 메뉴를 선보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음주 자체가 줄고 마시더라도 가볍게 즐기는 추세 속에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어떤 음식과 곁들이느냐'가 한층 중요해졌다"며 "식당가 연계나 외식업장 협업은 소비자의 일상 속 미식 경험을 파고드는 가장 확실한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