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 뮤지엄이 오는 30일부터 12월 27일까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위프레도 람의 국내 첫 대규모 판화전 '위프레도 람: 새로운 신세계(Wifredo Lam: A New New World)' 를 개최한다.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위프레도 람 재단과의 협력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는 회화에 가려졌던 그의 판화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쿠바 출신의 위프레도 람은 중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계 스페인 혈통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페인·프랑스·미국을 오가며 아프리카, 카리브해, 유럽의 미학을 결합한 그는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어서는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
미술계는 그에 대해 디아스포라적 배경을 모더니즘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 위치시키며, 서구의 주류 미술사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예술가로 평가한다.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테이트 모던,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 전시 등에 이어, 최근까지 열렸던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고전을 거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에칭, 리소그래피, 아쿠아틴트 등 정밀한 기술을 활용해 인간·동물·식물·영적 형상이 융합된 '혼종적 미학'을 선보인다. 특히 1963년부터 이탈리아 판화가 조르조 우피글리오와 이어온 20년간 협업의 결실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 판화 58점과 희귀 아티스트 북 원본 4권, 아카이브 사진 등 총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에메 세제르, 게라심 루카, 르네 샤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당대 거장 문인들과 협업한 아티스트 북 원본 4권 (<회화를 통한 여정>, <자연의 문턱 Ⅱ>, <아포스트로프 아포칼립스>, <메마른 집에 맞서>)도 선보인다. 전시명 ‘새로운 신세계’는 알랭 주프루아가 서문을 쓴 1975년 화집 <Le nouveau Nouveau monde de Lam(람의 새로운 신세계)>에서 착안한 것으로, 문학과 이미지가 대등하게 호흡하는 람의 독창적 예술관을 잘 보여준다.
K&L 뮤지엄 관계자는 "최근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람의 작업을 국내 최초로 대규모 소개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며, "서구 중심 미술사에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다문화·이주 사회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문화적 정체성과 교류에 대한 정교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경 한경아르떼TV PD s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