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와 협업해 공동구매를 진행하면 통상 매출의 10~30%가 수수료로 책정됩니다. 그래도 제품만 잘 팔린다면 광고비를 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 A대표)
중소 화장품·패션업체 사이에서 인플루언서 '공동구매'(공구)가 주력 판매 채널로 자리 잡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제품을 제공하거나 광고비를 주고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유통업계의 '영업사원'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는 공동구매 매출의 10~30%가량을 수수료로 요구한다. 판매액이 1억원이면 최대 3000만원을 인플루언서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중소형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은 기존 광고보다 비용 대비 판매 효과를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온라인 광고는 제품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광고비를 먼저 지급해야 한다. 광고를 본 소비자가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공동구매는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성과형 판매' 방식에 가깝다.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브랜드가 부담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면 며칠 만에 수천~수억원어치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대형 유통업체 입점이나 대규모 광고가 어려운 중소 브랜드일수록 활용도가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중소형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매출의 30%를 주면 결코 낮은 수수료는 아니지만 판매가 발생했을 때 비용을 지급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단기간에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신규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어 신생 브랜드에는 효과적인 판매 방식"이라고 말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도 제품 사진 한 장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사용한 후기부터 사용법, 장단점을 영상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SNS 채널에 올려 제품 판매를 같이 진행한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소비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의 판매력이 높아지면서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뒤져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섭외했다.
최근에는 이를 대신하는 인플루언서 매칭 플랫폼이 등장했다. 브랜드가 원하는 제품군과 소비자층을 입력하면 적합한 인플루언서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팔로어 수만 따지는 게 아니다. 팔로어의 성별과 연령대, 게시물 평균 조회 수와 좋아요·댓글 등 참여율, 과거 광고 성과 등을 데이터로 비교해 인플루언서를 고를 수 있다. 일부 플랫폼은 인플루언서 섭외부터 상품 제공, 콘텐츠 제작, 판매 실적 측정과 수수료 정산까지 대행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높은 수수료가 상품 가격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공동구매를 진행한 한 화장품업체 대표는 "아예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를 겨냥한 전용 상품이나 세트 상품을 별도로 내놓는다"며 "일부러 구성을 달리해 판매 단가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