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야간 도시관광

입력 2026-08-28 17:52
수정 2026-08-29 04:20
중국 상하이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상하이 와이탄의 유럽풍 건물 야경과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황금빛 밤 풍경을 잊지 못하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베네치아 운하와 프라하성의 멋진 야경도 세계 각지의 여행객을 유혹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역시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

야간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세계 도시 간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과 부산 등 국내 도시가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는 데도 이런 이유가 있다. 지금 늦은 밤 서울에선 고궁 근처와 남산 및 한강 변을 산책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먹고 마실 거리가 많은 명동과 을지로 골목 등에도 젊은 외국인이 넘쳐난다. 늦은 시간에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한국의 큰 매력이라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말한다.

지난달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1만 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관광객 카드 소비액도 지난해 7월보다 7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증가한 관광객 씀씀이가 상품 구매를 넘어 의료와 미식, 뷰티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간 관광 매력이 높아지면 외국인이 밤에 쓰는 돈도 함께 증가하기 마련이다.

‘달빛 기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가장 한국적인 궁으로 평가받는 창덕궁을 야간에 관람하는 프로그램으로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경복궁에서도 9월 2일부터 한 달간 가을밤 고궁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간 개장이 이뤄진다. K관광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려면 한국만의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예전의 외국인 관광은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 명소를 찾거나 쇼핑하는 게 거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현지인과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경험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이 야간에 고풍스러운 고궁을 따라 걷고 한강과 남산 주변을 달리며 ‘힙지로’ 맛집을 더 많이 찾아 한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전북 전주, 강원 강릉 등 모든 도시가 외국인 여행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제각각의 야간 관광 매력을 뽐냈으면 한다.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