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대출을 묶고 세금을 올리는 수요 억제뿐만 아니라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서는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얼마 전 8·13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23만 가구+α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중 신규 공공택지에서만 10만 가구 이상을 건설한다는 계획인데, 2만7000가구 규모의 서울 강서 염창동, 경기 남양주, 경기 광주 세 곳을 우선 공개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용산공원에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를 짓겠다고 한 데 이어 여당 소속 서울 구청장 17명과도 주택공급 대상지를 논의했다. 여기서 구로 철도차량 기지 활용 등 여러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8·13 대책의 나머지 7만여 가구를 공급할 ‘빈 땅 찾기’에 당정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용산공원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에 대해서는 하루 만에 실효성이 없다고 미온적으로 돌아섰다. 집 지을 땅을 선택하는 것까지 정치적인 고려가 작동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공급 효과가 큰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외면하면서, 찾기도 쉽지 않고 개발도 어려운 도심 유휴부지 물색에만 매달리는 게 정답은 놔두고 오답만 선택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줄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정교하게 대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여당도 내부적으로 용적률 상향 등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인데, 여러 규제 완화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택공급 방식을 놓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59%)이 “용산공원 등 도심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29%)을 압도했다. 용산공원의 아파트화가 서울의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돼야 ‘닥공’(닥치고 공급)도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