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재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제계 숙원 과제가 연내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 때문에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있다는 점이 배임죄 폐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본지 5월 6일자 A1, 4면 참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과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전날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재산 범죄에 관한 특례 처벌 조항 쪽으로 (배임죄 대체 입법을) 마련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상세히 검토해서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에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임죄 폐지는 작년 7월 이 대통령이 “기업 활동을 하다가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고 말한 뒤 추진됐다. 모호한 조문에 따른 무분별한 배임죄 수사가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제한한다는 취지였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상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배임죄 폐지가 경제계를 달래는 역할도 했다.
여당은 배임죄 폐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지만 1년 넘게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3300건에 달하는 배임죄 판례를 새 법에 담아내는 과정이 어려워서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법무부가 ‘재산관리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특례법’(가칭) 초안을 마련했지만,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 등의 일정이 겹쳐 국회 논의가 중단됐다.
새 특례법의 핵심은 배임죄 적용 대상을 좁힌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형법상 배임죄에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끼치면 처벌된다. 특례법은 적용 대상을 ‘법률 등에 따라 재산관리 의무를 부여받은 자’ 등으로 한정한다. ‘경영 판단 원칙’을 명시해 기업의 인수합병(M&A) 결정 등이 타당한 근거에 의해 진행됐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죄를 묻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등에 배임죄 혐의가 적용된 점은 변수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혐의와 배임죄 폐지를 관련지은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 왜곡과 근거 없는 추측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이시은/김형규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