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孫대법관 임명 거부…조희대에 재제청 요청

입력 2026-08-28 18:03
청와대가 노태악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재(再)제청할 것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요청했다. 헌법상 독립된 권한을 갖는 사법부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청와대는 노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김성수 후보(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이날 국회에 임명 동의안을 제출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손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했고,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제청 절차와 추천된 인물 모두 부적격으로 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은 노 대법관 후임자 임명 제청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대법관 후임으로 대구지법 부장판사인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대통령과의 대면 사전 협의 관례를 건너뛴 일방적 제청이라는 이유에서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사법(제청)·입법(동의)·행정(임명) 삼권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한 것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라고도 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반론도 적지 않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명권이 제청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인데,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두 권한이 동등하게 협력할 필요성이 있지만, 행정부의 ‘사법부 코드 인사’를 막을 통제의 권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초유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으로 향후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대법관 후보는 10명으로 구성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데, 청와대는 기존에 추천된 후보(4명) 중 손 후보자를 제외한 3명 중 한 명을 추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 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는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법원조직법은 ‘후보자를 추천하면 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반려하면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 강 수석대변인은 “(기존)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재영/이승우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