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봉의 호모 인베스티쿠스] 호모 인베스티쿠스의 뇌 구조: 로봇이 될 수 없는 그대

입력 2026-08-28 18:19
수정 2026-08-29 04:16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냉정해야 한다, 고 한다.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을 사수하라, 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면 기대하고, 하락하면 초조해진다. 매도 종목이 급등하면 분노하고, 보유종목이 하락하면 오기로 더 산다.

뇌와 손가락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은 호모 인베스티쿠스의 심리다. 명령기관인 뇌와 집행기관인 손가락 사이에 끼어든 이 ‘심리’의 정체를 신경경제학은 뇌 속 화학작용으로 설명한다. 대표적 사례가 케임브리지 대학의 존 코츠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의트레이더로 일하다 학계로 옮긴 그는 런던 시티의 남성 트레이더 17명을 추적했다. 아침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그날의 수익률을 예측하며 연승할수록 이 호르몬이 다시 치솟는다는 ‘승자 효과’를 발견했다. 승리가 승리를 부르고, 그 승리가 몸속 화학물질을 타고 흐른다는 설명이다.

그럴싸하지만 허점도 뚜렷하다. 고작 남성 17명이라는 표본에서 얻은 상관관계를 인간 심리 일반 법칙으로 확장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질문 ? 호르몬 분비가 심리를 만드는가, 아니면 심리가 호르몬의 흐름을 좌우하는가? 도파민은 보상에, 편도체는 공포에, 코르티솔과 테스토스테론은 스트레스와 위험선호에 반응한다는 신경경제학의 도식은, 인과의 방향을 슬쩍 뒤바꿔 놨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이 예측불허의 심리에 인간의 기억, 체험, 이념, 심지어 문화 코드까지 가세해, 검증된 투자 원칙을 교란하는 훼방꾼 집단이 완성된다. 주식시장은 장기 우상향 추세를 유지하므로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의 수익 공식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쉽고 자명한 원리에도 불구하고, 왜 호모 인베스티쿠스는 오늘도 빈번한 매매로 수많은 오류를 반복하며 번민과 고통을 자초하는가?

증시에서는 탐욕과 공포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기대, 질투, 허영, 자만도 빠질 수 없다. 변칙적 감정과 비합리적 심리를 경계한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신봉자들은 그래서 투자자가 되기보다 ‘로봇’이 되기를 권고한다. 감정과 심리를 격리시키고,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해진 원칙과 논리의 기계적 수행을 주문한다. 이 방침을 실현한 것이 프로그램 매매다. 개인 투자자에게 AI 트레이딩 봇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봇은 공포나 탐욕 없이 입력된 규칙대로 매매한다. 손절매와 익절 기준을 예외 없이 준수하며, 미련도 기대도 없이 집행한다. 후회도 없지만 무용담도 없다.

그렇다. 정서, 감정, 심리가 말라야 계좌가 번성한다. 그렇다면 수익 극대화의 왕도는 무엇인가? 첫 번째 방법은 호모 인베스티쿠스의 퇴장이다. 대신 ‘로보 인베스티쿠스’만 남기면 된다. 두번째 방법은 호모 인베스티쿠스 스스로가 로봇이 되는 것이다. 인간 신체의 흠결을 합금으로 대체한 로보캅처럼, 심리와 감정이라는 인간의 약한 고리를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면 된다. 이제 남은 질문은, 과연 호모 인베스티쿠스는 이 전환을 수행할 수 있느냐다.

사실 성공한 투자자가 되겠다는 다짐 자체가, 시장에 맞서 승리하려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다. 쪼그라든 잔액 앞에서 담력과 끈기를 연마한 그가, 기대와 실망, 흥분과 승리감이라는 시장의 드라마에 매료된 그가, 수익 극대화라는 명령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은퇴’라는 용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대가 로봇이 될 수 없다면, 혹은 로봇이 되기를 거부한다면 자꾸만 줄어드는 계좌는 그 불가피한 대가일지 모른다. 흠결 많은 인간이기를 고수한 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