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공장 안 지을래?'…트럼프 으름장에 삼전닉스 '속앓이'

입력 2026-08-28 19: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한국과 대만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으면 관세를 면제하거나 감면해주겠다는 조건을 함께 내걸었다. 산업계에서 이번 으름장 역시 현지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카드로 보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팹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메모리 핵심 고객사인 빅테크가 미국에 몰려 있는 데다 미 행정부의 투자 확대 압박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서다.

28일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계 반대에도 수입 반도체와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서버용도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 관세율과 면제 대상 기준은 현재 논의 중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투자하는 규모에 연계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T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반발이 거세다.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관세를 매기면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 수입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관세가 붙으면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오른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 큰손인 구글과 메타, 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직격탄을 맞는다. AI 투자에 제동이 걸려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D램과 낸드에 관세가 적용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 피해가 더 커진다”며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율의 반도체 수입 관세가 부과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HBM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은 주로 한국에 몰려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늘리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오스틴 공장에 이어 테일러 파운드리 1공장도 연내 가동될 예정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테일러에서는 두 번째 공장을 올해 말 착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D램 등 상당수 메모리는 아직 국내에서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다만 이곳은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인디애나 팹 기공식에서 미국 내 추가 투자 여부에 관한 질문에 “물과 전력, 인재, 보조금 등 자원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열려 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팹 건설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