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의 대부분을 조직에서 보낸다. 회사와 학교, 가족과 작은 모임에도 권력과 갈등, 협력의 질서가 작동한다. 조직학자 이창길 세종대 교수의 신간 <영화 속 조직 이야기>는 딱딱한 조직이론을 익숙한 영화 속으로 옮겨놓는다.
저자는 ‘대부’와 ‘내부자들’에서 권력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방식을 읽고, ‘모던 타임스’에서는 인간을 부품으로 만드는 조직의 비애를 포착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12명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다수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살핀다. ‘남한산성’의 갈등과 ‘암살’의 팀워크, ‘머니볼’의 생존 전략도 분석 대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조직의 현실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 된다는 점이다. ‘조커’를 통해 기존 조직에서 밀려난 개인과 집단을 바라보고, ‘월·E’와 ‘더 크리에이터’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할 미래 조직을 상상한다. 저자는 모두 26편의 영화에서 조직의 작동 원리를 길어 올린다.
책이 내놓는 것은 정답보다 질문이다. 조직은 우리를 보호하는 둥지인가, 옭아매는 감옥인가. 개인은 조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으며 조직은 개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영화를 다시 보는 순간 익숙한 일터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