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에게 가장 흔한 합병증은 암이 커지면서 담즙이 흐르는 담도를 막는 ‘담도 폐쇄’다. 통상 이런 환자는 막힌 곳에 배액관을 넣어 몸 밖으로 빼는 시술을 받는다. 투병 기간이 길어지면 배액관도 늘어 일부 환자는 배액관 주머니를 4~5개씩 차고 살아간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담도·췌장암센터소장·사진)는 이런 환자의 담즙이 몸속에서 순환하도록 새 길을 만들어 몸 밖 배액관을 없애는 내시경 시술 1인자다. 지난해엔 세계 1위 암병원인 미국 엠디앤더슨에서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매년 세계 각국 의료진 50여명이 시술법을 배우러 찾아온다”며 “생존 기간이 길어진 췌장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췌장암 내시경 시술 1인자
송 교수는 내시경 시술 등으로 췌장암 환자 생존 기간 연장을 돕는 의사다. 그가 이끄는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는 국내 췌장암 환자의 20%가량을 치료한다. 2024년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췌장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그날 바로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내시경 초음파 검사 시스템을 갖췄다. 방문 후 검사까지 2~4주가량 걸리던 기간을 대폭 줄여 환자 부담을 줄였다. 방문 당일 검사받은 누적 환자만 지난 6월 1000명을 넘었다.
췌장암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의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송 교수는 “진행이 빠른 췌장암은 진단 단계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일 검사 가능한 환자를 엄격히 선별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 단서라도 잡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환자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을 정도다.
췌장암 환자 중 수술 가능한 환자는 20% 안팎이다. 수술 대신 다양한 시술로 암을 없애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소화기내과 치료가 활발한 배경이다. 내시경 초음파를 보면서 암까지 접근해 바늘 형태 전극을 꽂아 암을 없애는 연구 단계 고주파 시술도 많이 시행한다. 국내 췌장암 환자 내시경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바늘의 90%를 이 병원에서 쓸 정도다.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진 못해도 이런 국소 치료로 암 덩어리를 줄이면 항암제 반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엔 수술 전후 항암요법이 늘면서 그가 관리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송 교수는 “수술이 힘들어도 내시경 치료, 통증 관리, 항암 치료 등을 적극 활용하면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환자 위한 연구 활발췌장암 환자에게 가장 흔한 합병증은 암이 커지면서 담도가 막히는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송 교수의 몫이다.
2000년대 후반 그는 이런 환자에게 항암제를 방출하는 스텐트(가는 관)를 넣으면 도움이 될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연구에 들어갔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일반 스텐트를 넣은 환자와 치료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 통상 ‘실패한 연구’로 여기고 포기하지만 송 교수는 모두가 성공할 것이라던 연구가 실패로 이어진 원인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약물 방출 스텐트 시술 연구를 할 때 참고해야 할 설계 방향 등을 제시했고 이 연구는 2010년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마샤 드레이어상(젊은 의학자상)을 받았다. 그는 “가설과 반대 결과가 나온 ‘네거티브 연구’가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사실 그대로 공개하고 이를 통해 개선 방향 등을 제시한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진단법 개발에도 집중했다. 이들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일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3년엔 세계췌장학회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의료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엔 췌장암 진단 단계에서 환자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암이 의심되면 무조건 수술을 했다. 수술로 떼어낸 췌장의 최대 5%가량에선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라는 게 국내 처음 보고된 것은 2002년이다.
송 교수는 이런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의 진단 기준을 세우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유럽, 일본, 대만 등의 연구진과 공동 연구도 계획 중이다. 송 교수 등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돌보는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는 500여명으로, 단일 의료기관으론 세계 최다다. “끝까지 치료 포기 말아야”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7%. 한 번 진단을 받으면 낙심하고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에게 이런 믿음을 준 것은 환자다. 몇 년 전 위암으로 위 절제 수술을 받은 뒤 담도암이 생겨 간과 담도까지 절제했던 환자가 그를 찾았다. 진단명은 바터팽대부암. 담즙이 흐르는 담도와 췌장 소화효소가 흐르는 췌도가 만나 합쳐지는 바터팽대부에 또다시 암이 생긴 것이다. 추가 수술이 불가능한 데다 항암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송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시경 시술로 암을 제거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조차 희망을 갖지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설득했다. 수차례 내시경 절제 시술과 고주파 열치료를 시행했고 결국 담도와 췌도까지 침범한 암을 모두 제거했다.
그는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췌장암을 극복하기 위해 고주파 열소작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가 췌장에 오래 머물면서 암을 없애도록 돕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해 가족성 췌장암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중년 이후 이유 없이 당뇨병이 생겼거나 명치나 등 통증, 황달 등이 생겼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공포에 빠질 필요도 없지만, 이상 신호를 가볍게 여기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 약력
△2000년 한양대 의대 졸업
△2014년~현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25년~현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의국장
△2026년~현재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소장
△2010년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마샤 드레이어상
△2013년 세계췌장학회 젊은연구자상
△2026년 국로한마음의학상 현율의학상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