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 서미영 대표 “대입·고시보다 어려운 취업, 신입의 무기는 AI” [인터뷰]

입력 2026-08-28 05:02
수정 2026-08-28 06:48



“입사는 대입보다 어렵고, 고시만큼 어렵습니다.”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 최종현홀. ‘제24회 2026 인크루트 채용설명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늘었지만 누구에게나 문이 넓어진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산업별 채용 온도 차는 커지고, 경력 중심 채용은 여전하다. 그 틈에서 AI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하반기 업종별 신입 채용 계획’에 따르면 채용 계획이 있는 342개 기업 중 11개 업종의 채용 확정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에너지 업종의 채용 확정률은 90.9%로 가장 높았다. 정유·화학·섬유는 75%로 지난해보다 66.3%포인트 뛰었다.

의류·신발·기타 제조도 63.6%로 23%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보험은 70.6%, IT·정보통신·게임은 60.6%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운수업은 33.3%로 지난해보다 26.7%포인트 떨어졌다. 식음료도 35.1%로 10.6%포인트 하락했다.

“내수는 나쁘고 수출은 괜찮다”…채용시장도 양극화

서 대표는 올해 채용시장을 “내수는 나쁘고 수출 업종은 괜찮은 시장”이라고 정리했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와 일부 정유 업황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에너지와 제조 기반 업종의 채용 계획이 살아났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에너지와 정유·화학·섬유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다만 이를 채용시장 전체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업종별 온도 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AI 확산 자체가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을 다시 계산하게 만들면서 채용을 선뜻 늘리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게 서 대표의 판단이다.

“AI 때문에 기업들도 다 움츠려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누군가는 적응하고 누군가는 탈락하는 장면이 생길 겁니다.” 그는 올해 채용시장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금을 본격적인 확장 국면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변동기라는 진단이다.




채용 살아났지만, 입사는 더 어려워졌다

채용 계획이 늘었다고 취업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서 대표는 신입 채용시장이 양극단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서 대표의 말처럼 입사는 대입보다 어렵고 고시만큼 어렵다. 이 기업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후 경력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일이 됐다. 신입에는 취업의 첫 관문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직무 경험과 실무 역량을 요구하고, 신입은 제한된 경험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에너지와 정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채용 확정률이 높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채용의 문이 열리는 산업을 정확히 찾는 것과 실제 입사 경쟁을 통과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력 중심 채용에 AI 변수…“신입이 이길 수도 있다”

서 대표가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AI였다. 과거 채용시장에서 외국어 능력이 대표적인 경쟁력이었다면, 올해부터는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새로운 평가 항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는 개발자 등 테크 직군의 이야기였다. 올해는 사무직에서도 지원자의 AI 활용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묻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서 대표가 이를 신입에 불리한 변화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를 잘 쓰는 능력은 AI 네이티브인 신입이 훨씬 강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입과 경력이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AI입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당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는 신입과 경력자 모두 비슷한 출발선에 섰다는 것이다. AI도 지금 그런 초기 단계에 있다는 판단이다.

경력이 많다고 AI를 더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입이 새로운 도구를 업무에 더 빠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서 대표가 “신입의 AI 무장이 경력 중심,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영어를 하나 더 준비하는 것보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앞으로 2~3년간 AI 활용 역량이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는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무 능력은 기본…기업이 보는 건 ‘들어온 뒤’

AI가 채용시장에 들어왔다고 기업들이 직무 역량을 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이미 상당 부분 정교해졌다. 경력직은 이력서에 담긴 업무 내용과 경력의 맥락, 직무 키워드를 분석해 기업과 연결한다. 대기업들은 구조화된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실무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직무 역량 평가는 이미 “고전적인 영역”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최근 기업들의 관심은 그다음으로 옮겨가고 있다. 바로 이 사람이 조직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가다. 과거의 인적성 검사가 단순히 개인의 성향을 보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조직 적합성과 채용 이후의 이탈 가능성까지 살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무 기술을 보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많이 보는 것은 우리 조직에 부합하는 사람인가, 들어왔을 때 리텐션이 높은가 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을 뽑는 일의 기준이 ‘합격시킬 사람’에서 ‘뽑은 뒤 남을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나비’ 앞세운 인크루트 AX…AI도 마지막 판단은 ‘사람’

인크루트 역시 AI 전환에 조직의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AX 리더 직책을 신설했다. 별도 대규모 인력을 새로 뽑기보다 기존 조직에서 발생한 유휴 인력을 중심으로 약 10명 규모의 프로젝트 그룹을 꾸렸다. 기존 기술연구소와 협업해 AI 엔진을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역할이다.

자체 개발한 채용 AI 엔진 ‘나비’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인크루트가 대기업과 금융권, 공기업 등의 채용 전 과정을 대행하면서 축적한 합격자와 전형 데이터를 구직 서비스에 연결하는 전략이다.

다만 서 대표가 더 강조한 것은 AI 도입의 속도보다 전환의 방식이었다. 해외 기업들처럼 AX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을 줄이는 방식은 한국 기업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과 AI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당분간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은 AX 조직과 기존 레거시 조직을 같이 운영하는 비효율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둘을 나눌 의미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 조직과 업무수행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채용 분야에서는 AI의 판단에도 한계가 있다. 인크루트는 서류전형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서도 사람의 검증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채용은 공정성과 법적 책임이 걸린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효율은 AI가 높일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가 채용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사람을 뽑는 마지막 책임까지 AI에 넘길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SK하이닉스와 CJ올리브영, 한국전력공사 등이 참여해 하반기 채용 계획과 업종별 채용 동향을 소개했다. 인크루트는 대학생이 선호하는 기업 조사와 하반기 채용 계획을 함께 발표해 왔다. 서 대표는 “누가 1위 기업인지 보여주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올해 어떤 기업과 업종이 사람을 뽑는지 보여주는 채용시장의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