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왜 'K극장 기술'에 투자했나

입력 2026-08-27 19:00
수정 2026-08-28 01:40
2009년 서울 상암동 영화관에서 작은 실험이 시작됐다. 영화 장면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과 물이 뿜어져 나오는 ‘4D 상영’이었다.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한 이 실험은 17년 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1200개가 넘는 상영관에 깔린 수출 기술로 성장했다. 이제는 세계 영화관 시장에서 아이맥스(IMAX)에 맞설 정도다. CJ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 얘기다. ◇아이맥스 맞서는 특별관
금융위원회는 27일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를 열고 CJ 4D플렉스에 총 2200억원을 지분투자(RCPS)하는 안을 의결했다. CJ 4D플렉스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전용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고, 별도 블라인드펀드에서 20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이 500억원을 출자한다. 나머지 1700억원은 민간 금융권 등의 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본지 7월 30일자 A13면 참조

국민성장펀드가 그동안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AI 반도체 기업과 바이오·방산 등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투자 대상이다. CJ 4D플렉스는 국민성장펀드의 콘텐츠 분야 첫 투자 사례다.

CJ 4D플렉스는 좌석 움직임과 바람·물·향기 등 환경 효과를 결합한 4DX와 정면뿐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영상을 펼치는 270도 상영기술 스크린엑스(SCREENX)를 개발·공급하는 회사다. 지난해 14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8.8% 늘어난 규모다.

고객사도 더 이상 CJ 계열 극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멀티플렉스 기업인 AMC와 미국·유럽 65개 극장에 4DX와 스크린엑스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극장 시장에서 CGV와 경쟁하는 업체들이 CJ 기술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기술 고도화에 투자금 활용CJ 4D플렉스가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후보군으로 처음 거론됐을 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적잖은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사양산업인 영화관 시장에 왜 돈을 넣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 검토 과정에서 파악한 CJ 4D플렉스는 테크 수출기업에 가까웠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일반 상영관의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4DX·스크린엑스 같은 체험형 상영기술의 수요는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극장산업의 위기가 CJ 4D플렉스에는 성장 기회가 된 셈이다. 이번 투자금은 CJ 4D플렉스가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CJ 4D플렉스는 K콘텐츠를 해외로 유통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새로 구축하는 해외 4DX·스크린엑스 상영관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연 14일 이상 상영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K콘텐츠를 실어 나를 글로벌 플랫폼을 함께 키우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금운용심의회는 CJ 4D플렉스 외에도 원익로보틱스(3500억원) 지분투자, 두산테스나(5600억원)·LG에너지솔루션(3000억원) 저리대출 등 총 7건의 자금지원 안건을 함께 승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