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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전력 장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전력기기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사실상 중국산 전력기기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돼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갖춘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S일렉트릭은 전 거래일보다 8.93% 오른 2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일렉트릭은 12.01% 상승한 82만1000원, 효성중공업은 10.08% 오른 307만9000원에 마감했다. 다만 5월 고점과 비교하면 각각 31.2%, 42.2%, 33.1%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거친 만큼 이번 미국의 조치가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 전력기기 견제 나선 美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벌크 전력 시스템 보호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변압기와 대형 발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인버터, 고압차단기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외국산 제품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기업의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구매, 수입, 설치를 제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행정명령의 규제 대상에 국내 전력기기 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업체에는 긍정적인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확충해온 국내 전력기기 대형 3사가 수혜주로 부각됐다. LS일렉트릭은 유타주와 텍사스주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공급망과 납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앨라배마 제2공장 총투자액은 3852억원으로, 지난해 최초 계획(약 185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증설을 마치면 현지 변압기 생산 능력은 약 50%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765kV급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멤피스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완공 시 멤피스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4억달러에서 2028년 6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 쌓이는데 주가는 하락전력기기주는 지난 5월 고점을 찍은 뒤 가파른 조정을 받았다. LS일렉트릭은 5월 7일 31만8500원에서 7월 30일 15만300원까지 52.8% 떨어졌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각각 58.9%, 58.8% 하락했다.
주가가 조정받는 동안 수주는 빠르게 늘었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LS일렉트릭이 3조2000억원, 효성중공업이 7조4981억원, HD현대일렉트릭이 4조46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2%, 78.3%, 38.9% 증가한 규모다.
수주 잔액이 불어난 데 이어 연간 수주 목표치도 잇달아 상향됐다. 올 상반기 말 3사의 수주 잔액은 합산 36조원을 넘어섰다. LS일렉트릭은 7조원, HD현대일렉트릭은 11조7000억원, 효성중공업은 17조500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목표 수주액을 기존 4조원에서 6조~6조5000억원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5조8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으로, 효성중공업은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이에 주가가 반등할 여지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증권에 따르면 5월 고점 당시 전력기기 대형 3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53.6배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29.7배까지 낮아졌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하락한 반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상향되면서 PER이 낮아졌다”며 “하이퍼스케일러와 유틸리티 등 전방 수요와 업황 사이클이 견조한 만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송희 기자 hg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