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 찾기’ 경쟁이 치열하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물론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용산구까지 앞다퉈 공급 후보지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치적 발표보다 실행 가능성의 객관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영배)은 여당 소속 서울 17개 구청장과 만나 청년 임대주택 공급 대상지를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정부가 용산공원에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구로 철도차량기지 등 추가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부지는 2005년부터 이전이 추진됐지만, 이전 대상지였던 경기 광명시의 반대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용산어린이정원과 용산공원 내 훼손지 등도 주택 건설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용산구는 한국은행 직원 숙소, 외교부 주차장, 경리단 일대 부지 등을 대체 후보지로 내놨다.
서울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 후보지 31곳이 발표됐지만, 착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부지 확보 이후에도 주민 반발, 기관 간 협의 지연, 사업성 문제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여당도 서울 부지 제안 가세
용산·탄천에 구로차량기지까지…'닥공' 기조에 부지 발굴 경쟁
정부와 여당, 서울시가 용산공원과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구로 철도차량기지 등 주택 공급 후보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집값과 전·월세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년 주거 불안까지 커지자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급) 기조 아래 공급 가능한 부지 발굴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위한 실행력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공유지·유휴부지 발굴 불가피”27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은 이날 구청장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자치구별로 공급, 특히 청년 주택을 빠른 속도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지 건의가 있었다”며 “예를 들면 구로 철도차량기지 같은 부지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구로 철도차량기지는 구로구 구일역·구로역 인근의 한국철도공사 소속 차량기지다. 2005년부터 이전을 추진했지만, 대상지를 정하지 못해 진척이 없다.
정부와 서울시의 ‘부지 찾기’ 경쟁에 민주당까지 가세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핵심지역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9 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공급 계획에 이어 용산어린이정원 및 용산공원 부지 전체를 주택 건설용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미 훼손된 곳을 정화하고 제한적으로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탄천물재생센터는 39만3000㎡ 규모로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보다 크다. 인근 코원에너지 부지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등 민간 부지를 함께 활용하면 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한 것이란 설명이다. 용산구 역시 한국은행 직원 숙소, 외교부 주차장, 경리단 부지 등을 대체 후보지로 내놓으며 맞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은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국공유지와 유휴부지 발굴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도심에서 수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다양한 주체의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공급대책 곳곳 차질문제는 실행 여부다. 문재인 정부 이후 발표된 서울 도심 내 공급 후보지는 총 31곳, 6만411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실제 논의가 이어지는 곳은 24곳(5만6311가구)에 그쳤다. 아직 착공에 들어간 사업은 없다. 나머지 7곳 중 4곳은 논의가 중단됐고, 3곳은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8·4 주택공급 대책’에서 노원구 태릉골프장(83만㎡) 부지에 1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 논란과 지역 주민 반발 등에 막혀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용산구 캠프킴 부지(4만8000㎡)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남영역과 삼각지역 사이에 있는 이 부지는 8·4 대책 당시 3100가구 공급이 예정됐다. 이후 1400가구로 축소됐다가 2500가구로 조정되는 등 정책 변동이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캠프킴 부지의 주택 공급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재는 미군 반환 이후 토지 정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8·4 대책에서 함께 발표된 서초구 반포동 서울조달청 부지(1000가구), 서초동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도 수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부면허시험장은 교통 혼잡 우려와 지역 반발로 주택 공급 계획이 철회됐다. 서울조달청 부지는 기존 청사 이전 문제로, 국립외교원 부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관계 부처 간 협의 지연도 공통적인 걸림돌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실수요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로 기존 후보지의 공급 일정을 명확히 하고 신규 부지를 확정해야 한다”며 “정책 신뢰를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영연/이시은/유오상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