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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허튼소리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습니다.”
에이전트포스, 슬랙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전통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이른바 사스포칼립스를 실적으로 눌러버렸다.
세일즈포스는 이날 4년 만에 가장 높은 신규 수주 증가율과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 전망을 내놓은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3.6% 급등했다. ‘깜짝 실적’을 공개한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옥타도 각각 9%, 20% 상승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무차별 비관론이 후퇴하고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월가에선 1년 가까이 추락하던 소프트웨어주가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 “AI, 위협 아니라 새 기회”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AI로 인한 종말론에 시달렸다. AI가 코딩과 기업 업무를 대신하면 기존 소프트웨어를 굳이 비싼 돈 주고 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란 논리가 시장을 휩쓸었다.
지난 7월 23일 저점까지 1년간 S&P500이 16.5%, 미국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SOXX가 128% 오르는 동안 미국 아이셰어즈 소프트웨어 ETF IGV는 22%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세일즈포스는 41%, 서비스나우는 52% 급락했다. 이들이 운영해온 고마진 구독형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AI에 무너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흐름을 뒤집은 건 실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팰런티어, 애틀래시안 등을 필두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소프트웨어 기업 16곳은 시장 예상치를 평균 10% 웃도는 이익 증가율을 내놨다. AI 에이전트 권한·신원 관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옥타는 이날 "수백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사이버 세상을 돌아다니는 시대에는 신원관리가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며 AI가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최근 3개월간 SOXX는 9% 하락한 반면 IGV는 10% 뛰었다. 모건스탠리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견조한 실적과 AI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AI 대체 위험이 해소된 건 아니지만 섹터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세일즈포스가 이날 앤트로픽과 함께 공개한 기업용 AI 통합 플랫폼 ‘클로드포스’도 투자 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기업이 앤트로픽 클로드 안에서 세일즈포스의 고객 데이터와 영업 기능을 호출하면 두 회사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순 모델 공급 계약을 넘어 서로의 제품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AI의 소프트웨어 잠식 우려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 ‘반도체 롱·소프트웨어 쇼트’ 쏠림 완화최근 소프트웨어주 반등을 더 키운 건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기관투자가의 자금 쏠림이 완화하면서다. 그동안 ‘AI 투자 수혜주’ 반도체 매수, ‘AI 피해주’ 소프트웨어 매도에 과도하게 몰렸던 헤지펀드 포지션에 되돌림이 감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전체 글로벌 투자 포지션에서 반도체·장비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20%를 넘어선 반면 소프트웨어 비중은 1%대까지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이 쏠림에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다”며 “7월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증시 조정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방적인 비관론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프트웨어주 반등이 전체 섹터 상승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간은 “AI 배포와 유지, 운영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업무 플랫폼과 ‘시스템 오브 레코드’를 가진 기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이어 저평가된 서비스나우와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독 같은 데이터·보안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