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신 핵동결 협상?…"北, 안 받을 것"

입력 2026-08-27 18:08
수정 2026-08-28 02:05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자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 군비 통제 등 중간 조치부터 논의하는 단계적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국가 노선으로 못 박은 데다 핵 동결의 대가로 미국이 내놓을 제재 완화와의 간극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핵 합의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국제한반도포럼’ 개회사에서 “과거와 같이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는 접근은 더는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199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플루토늄 90g을 추출했다고 신고한 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를 57개로 언급하기까지 북한 핵능력이 30여 년간 크게 확대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유지하더라도 북한 핵능력이 더 커지는 것을 일단 멈추는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 장관의 문제의식이다. 북한의 추가 핵물질 생산과 핵탄두·미사일 증강을 먼저 제한한 뒤 단계적으로 비핵화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정 장관은 한국이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고 이를 남·북·미·중 4자 대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 같은 ‘선(先)동결’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한반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북한은 핵 동결과 군비 통제를 토대로 한 미국과의 협상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설령 북한이 협상에 나서더라도 미국에 내놓을 카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은 2017년 9월이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2024년 10월 ‘화성-19’ 이후 뜸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미국이 제재를 크게 풀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구체적인 핵 합의보다 ‘다음 약속’을 잡는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건 이번에 모든 사안을 합의하는 게 아니라 다음 약속을 잡는 것”이라며 “10월에 정상회담을 하고 과거 싱가포르 합의처럼 평화에 관한 원칙적 합의를 발표한 뒤 구체적 조치는 2차 정상회담으로 넘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