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요구' 친모 vs '출산 감행' 대리모…둘다 아이 원해 美서 법정 싸움

입력 2026-08-27 17:41

미국에서 선천성 심장 기형을 가진 태아를 두고 낙태를 요구한 친모와 이를 거부하고 출산을 감행한 대리모의 양육권 법정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뉴욕포스트 등은 전날 텍사스 댈러스 주 법원에서 대리모 매케나 웨스트(28)의 양육권 및 임시 접근금지 명령 유지 여부를 가리는 심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아기의 생물학적 엄마인 나우신 길카르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 애는 우리 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8차례 인공수정 시술을 받았고, 자궁 절제술까지 받는 와중에 대리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아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게 길카르의 설명이다.

이어 법정에 출석한 대리모 웨스트를 지목하며 "불안정한 여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아이를 데리고 이 의사에서 저 의사로, 이 주에서 저 주로 도망가고 있다. 우리에게서 아이를 빼앗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웨스트도 눈물로 맞섰다. 간호사인 그는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낙태 수술이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수술 절차를 직접 설명했고, "아기의 심장을 멈추는 약물을 주사했을 것이다. 정말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친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루미'라고 지었지만, 웨스트는 꿋꿋하게 '가브리엘'이라는 자신이 붙인 이름으로 불렀는데, 이에 판사는 출생신고서에 따라 아기 이름은 '루미'로 불러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들이 갓 태어난 아이를 놓고 싸우게 된 것은 웨스트가 이들 부부의 배아로 임신한 뒤 20주가 됐을 때 태아의 선천성 심장 기형이 발견되면서부터다.

당시 검사에서 태아의 좌심실 형성 부전이 확인되자 친모 측은 낙태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웨스트는 알래스카에서 낙태가 금지된 텍사스로 거처를 옮긴 뒤 지난 12일 출산했다.

세상 빛을 본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수술받은 아기는 현재 댈러스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친모 길카르는 "아기 건강 상태가 악화해 현재 위독한 상태"라면서 "숨쉬기를 힘들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좌심실 심장 기형 신생아는 치료받지 않으면 수주일 내 사망에 이른다. 생후 5세 전에 총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 하며, 드문 경우에는 평생 합병증을 앓을 수 있다.

부부는 현재 웨스트가 아기를 볼 수 없도록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한 상태이고, 웨스트를 상대로 10만 달러(한화 약 1억3794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친부모가 아이의 임신 중단을 요청했기에 자신이 아기에 대한 의료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독 후견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웨스트 측은 낙태를 거부하고 이 사실을 공론화하며 '아기 가브리엘라의 생명을 위한 싸움'이라는 명목으로 13만 달러(한화 약 1억7932만원)를 모금했다.

다만, 아직 이 돈을 아기 치료비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낙태권과 관련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해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웨스트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연장했고, 양육권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