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연찬회 찾은 박근혜…"지도부 중심 일치단결해야"

입력 2026-08-27 17:13
수정 2026-08-27 17:20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것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이후 14년 만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소수당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먼저 포기하면 국민도 여러분을 포기할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이 소수 야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다수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수일수록 뭉치고 단합해야 한다"며 "다수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상태에서 분열까지 하면 그 싸움은 보나 마나 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밖의 적을 상대로 싸울 때, 우리 내부의 분열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며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서로를 증오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신뢰를 얻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당 내에서 신의가 없으면 그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며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 정당이니, 동지라는 호칭만큼 어울리는 호칭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평화 지키려면 힘 있어야"…안보·민생 강조 박 전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민생 문제일 것"이라며 "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국가 안보에 있어 정부 여당보다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안보가 튼튼하지 못하면 경제가 안정될 수 없고, 안보는 사실 모든 분야가 놓여 있는 기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원한다고 해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화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 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억제력"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정부는 우리 경제가 수출 증가와 내수 개선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이 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제 회복은 진정한 경제 회복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지켜 대한민국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지키면서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며 "국민의 삶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잘 살펴 민생을 돌보는 것과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보수 정당의 기본 역할"이라고 말했다. ◇ "개인 소신보다 국민 먼저…당내 이해보다 국민 삶" 박 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이번 연찬회를 계기로 여러분의 동지애가 좀 더 두터워졌으면 한다"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합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이어 "지도부도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잘 헤아려서 당을 이끌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소신보다 국민이 먼저여야 한다"며 "개인의 생각보다 국가가 먼저이고, 당내의 작은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삶이 먼저이며, 정치적인 유불리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먼저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흔히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개혁이고 국민이 아파하고 절실히 바라는 것을 하는 것이 혁신"이라며 "여러분이 이런 노력을 진정성 있게 하면 국민은 여러분에게서 희망을 찾을 것이며, 반드시 여러분에게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연찬회에서부터 여러분이 힘을 합쳐 안보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민생의 위기 앞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정점식 요청으로 성사…민주 "기이한 과거 퇴행" 한편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은 지난 19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아 참석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다만 진보 진영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과 대법원의 징역 22년 확정판결로 국민적 심판을 받은 인물을 나침반으로 삼아 어떻게 미래로 가겠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며 "참으로 기이한 과거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촛불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모욕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국민의힘 연찬회 슬로건이 '오늘을 딛고 내일을 연다'라고 하는데, 헌정질서 훼손으로 사법적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을 불러내 열 수 있는 내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도 전날 논평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민의힘이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들을 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다시 소환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가장 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고양=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