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37)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제주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전달받은 장씨의 부검 감정서 일부를 공개했다. 국과수는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 외력에 의한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목뿔뼈(설골) 부위에서 골절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설골 골절에 대해 "매우 얇은 뼈로 부검 사진상 가운데가 분리된 상태였다"면서도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하고 부분적으로 뼈만 남은 상태여서 외상이나 질식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고, 사후 부패 과정에서 골절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의관은 신원을 실종자로 확인하며 사인으로 목맴(의사)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찰은 이 같은 부검 결과를 근거로 범죄 혐의점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유족 측은 장씨가 평소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숲을 무서워했다고 진술한 데다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나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늑장 수사로 인해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고 주요 동선의 폐쇄회로(CC)TV 영상마저 삭제돼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신이 발견된 카나리아야자수의 강도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야자수가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 접근하기 어렵고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가지가 약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찰은 현장 감식에서 줄기를 직접 당겨보는 등 강도 시험을 진행한 결과 신체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씨가 자택에서 끈을 챙겨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극단적 선택의 정황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의혹이 증폭된 근본적인 원인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핵심 단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담당 경찰관의 사건 허위 종결로 수색이 지연되면서 시신 발견지인 한림읍 일대 방범용 및 교통정보 수집 CCTV 118대의 5월 12~20일 치 영상은 보존 기한(30일)이 지나 6월 중순 모두 자동 삭제됐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영상 열람을 요청한 시점은 석 달이나 지난 이달 19일이었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증거 분석(포렌식)을 통해 구체적인 사망 경위와 동기를 밝혀낼 방침이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안전대책회의를 열고 공공 CCTV 영상 보존 기한을 기존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고 인공지능(AI) 기반 CCTV 보급률을 7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