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들로 승부수… 9월 한국 영화대전 누가 이길까

입력 2026-08-27 16:07
수정 2026-08-27 16:12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흥행으로 하반기 국산 기대작들이 오는 9월로 일제히 개봉 시점을 맞추면서 추석 연휴를 전후해 흥행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대전에서 신작들이 꺼내 든 무기는 ‘익숙한 맛’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웹툰IP(지식재산) 영상화, 메가 히트작의 속편 등 검증된 원천 스토리를 무기 삼아 관객몰이에 나선다. 다만 원작·전작의 힘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원작에 못 미치는 연출이나 뻔한 전개로 흐를 경우 독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크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 ‘인턴’을 시작으로 23일 ‘타짜: 벨제붑의 노래’ ‘암살자(들)’ ‘가능한 사랑’, 30일 ‘부활남: 더 레드’까지 한국 영화 다섯 편이 순차 개봉한다.

이날 기준 8월에만 1425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독식 중인 ‘오디세이’ ‘스파이더맨4’과 경쟁을 피하고 추석부터 개천절, 한글날로 이어지는 9말10초 연휴 대목을 타깃 삼은 영향이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내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상) 출품조건을 맞추기 위해 극장 선개봉을 추진한 만큼, 상업적인 스코어 경쟁은 나머지 네 작품이 벌이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랜만에 한국 영화끼리 시장의 판을 키우면서 영화계에선 “볼만한 영화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메이크·IP멀티유즈·시리즈 대미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이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포인트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김도영 감독의 ‘인턴’은 2015년 낸시 마이어스가 연출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 삼았다. 노련한 60대 시니어 인턴이 치기 어린 30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며 벌어지는 오피스 라이프를 담았다. 할리우드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역할을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민식이, 앤 해서웨이 역할은 배우 한소희가 맡았다.

최국희 감독의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한국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중 이례적으로 568만 명이 관람한 ‘타짜’(2006)의 후속작이다. ‘타짜’ ‘타짜: 신의 손’(2014)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에 이은 타짜 실사영화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 ‘타짜’의 4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허 작가가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만화에서) 4편이 가장 드라마성이 강하다”라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배우 변요한이 주인공 박태영을 맡았고 노재원, 조우진, 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부활남: 더 레드’는 ‘뷰티 인사이드’(2015)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코믹·액션 영화다. 네이버웹툰의 인기작인 동명의 웹툰을 스크린으로 영화화했다.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어느날 갑자기 죽으면 72시간 만에 부활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 개성 살리되 재미 더해야” 세 작품 모두 영화의 바탕이 되는 IP가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만큼 개봉 전부터 영화 관객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작품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름값이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극장 소비 수요가 ‘입소문’을 중심으로 ‘재밌는 영화’에 집중되는 만큼 “전작·원작만 못하다”는 평이 나오면 순식간에 흥행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극장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1위와 3위로 각각 ‘관람료 부담’, ‘볼만한 영화 부족’을 꼽는 등 비용 대비 가치를 엄격하게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극장가에서 흥행IP를 들고 실패한 사례가 많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이 대표적이다. 영화적 완성도가 부족하고, 1편은 물론 원작 만화와 비교해도 미흡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최종 관객 22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각광 받는 웹툰 원작 영상화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파인’, ‘무빙’ 등 OTT 시리즈로 제작된 드라마와 달리 극장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전지적 독자 시점’이 손익분기점(약 600만)에 한참 못 미치는 106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내달 개봉하는 신작 제작진들은 원작의 맛을 살리면서도 요즘 정서에 맞는 재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인턴’의 최민식은 “비교하는 것은 관객의 몫인 만큼 부족하다면 비판해도 좋다”면서도 “한국 직장인의 애환, 세대 간 갈등을 우리 정서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부활남’의 백 감독은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연출에 주의했다”며 “중요한 설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영화라는 짧은 구성의 매체 안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