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두 달 연속 금리 올리고도 “추가 인상”…점도표 3.25%에 무게

입력 2026-08-27 12:24
수정 2026-08-27 12:26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근원물가마저 오름세를 보이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향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직후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금통위원 6명이 찬성했다. 황건일 위원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단행된 7연속 인상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과거 연속 인상 사례는 2007년 7∼8월 2회, 2021년 11월∼2022년 1월 2회, 2022년 4월∼2023년 1월 7회 등으로,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두 달 연속 인상의 배경에는 높은 물가가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상승한 뒤 5월 3.1%, 6월 3.2%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7월에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웃돌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월 2.5%에서 2.6%로 높아졌다. 이는 2023년 12월 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2.7%, 2.3%로 유지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4%에서 2.5%로, 내년 2.3%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인 점도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를 덜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뛰었으며, 2분기에도 0.6%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이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2021년 5월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4.0%로 1.0%포인트 상향한 이후 가장 큰 조정 폭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올려 잡았다.

국내경제에 대한 세부 평가에는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수출 및 투자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고 밝히며 소비에 대한 평가를 제외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도 지난달 통방문에 포함됐던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의 취업자 감소세에 관한 문구가 빠졌다. 이번에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진단도 달라졌다. 한은은 지난달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가 1400원대 후반으로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번에는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외환 수급 여건 개선과 맞물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주가에 대해서는 지난달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경기 전망 변화에 따라 상당 폭 등락했다고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급락한 뒤 일부 반등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쏠린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물가·경기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유지했다.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지만 이번 인상이 긴축의 종착점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전체 21개 점 가운데 연 3.25% 전망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3.50% 전망도 6개에 달했다. 현재 기준금리인 3.00%가 유지될 것으로 본 전망은 5개였다.